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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이총재 민심얻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8일 서울을 비웠다.

金대통령은 대전에서 심대평(沈大平)충남지사와 홍선기(洪善基)대전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반면 李총재는 대구에 내려가 '김대중 독재정권 범국민 규탄대회' 로 이름 붙인 집회(29일)를 알리는 홍보물을 거리에서 뿌렸다.

지난 25일 李총재가 전격 제안한 두 사람 사이의 영수회담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정국은 다시 헝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金대통령과 李총재는 국회 파행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민심 흐름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하고,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수(手)읽기가 다른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국정 2기의 출발점부터 한빛은행 사건.의료계 파업 등의 우울한 사태를 맞았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 정권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야당을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李총재가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한빛은행 사건 특검제,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데 대해 金대통령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李총재는 차기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정국을 끌어가려 한다" 면서 "여당이 한 번 밀리면 (李총재의) 또다른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金대통령이 그동안 미뤄왔던 지방 순시에 나서 민생 우선과 경제회복을 언급한 것은 그런 정국 해법과 관련이 있다.

이날 金대통령은 '서해안 시대' 를 강조했다. "반(反)공익사범인 교통사범과 환경오염 사범을 철저히 단속하고 많은 벌금을 물려 경제적 손해를 줘야 한다" 고 지시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민심을 중시하는 金대통령의 모습은 국회를 버리고 장외로 뛰어나간 李총재와 대비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시각은 다르다. "지금은 민심 이반 상태며, 대구 집회에서 그것을 확인해 독선적인 정국 운영을 하는 현 정부에 경종을 울리겠다" 고 다짐하고 있다.

TK 민심은 강경 투쟁에 상당히 동조하는 분위기라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그곳의 한 중진 의원은 "자발적으로 참석하겠다는 당원들이 몰려 버스 20대를 준비했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이 TK 민심의 현장을 보면 한빛은행 특검제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것" 이라고 주장했다. 민심을 앞세워 상대방을 압박하겠다는 생각은 같지만, 민심의 정체에 대해선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양쪽 모두 부담을 갖고 있다. 李총재 측근들은 박근혜(朴槿惠)부총재.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당내 비주류의 국회 복귀론은 물론 "지역감정에 의존한다" 는 논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청와대측도 정국 파행이 오래되면 상대적으로 여당이 비판을 많이 받는다는 여론 흐름의 경험을 의식하고 있다.

이양수.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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