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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 "없는 것 빼고 다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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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 민속 5일장으로 자리잡은 경기도 성남 모란장이 지난 24일로 재개장 10년을 맞았다.

'엿장수의 흥겨운 품바춤, 차력술로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약장수, 뱀장수... '

아직도 1960~70년대 시골장터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란장은 40대 이상에겐 못살고 배고팠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매월 끝자리 4.9일 열리는 모란장은 그래서 장이 서는 날이면 인근 서울.용인.광주.하남.과천 등지에서 평일 5만명, 주말이면 10만여명이 찾는 관광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 유래=모란장은 60년대 초부터 성남대로변 곳곳에 노점상들이 무질서하게 난장(亂場)을 펼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

성남시가 이들 노점상을 90년 9월 24일 성남시외버스터미널 옆 대원천 복개지 3천2백여평의 공터로 옮겨 본격 개장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모란(牡丹)이란 지명은 58년 황무지였던 성남시를 개간한 재향군인회 개척단 이름을 딴 것이다.

당시 개척단 대표 김창숙 예비역 대령이 고향인 평양의 모란봉을 기리기 위해 단체의 이름을 '모란 개척단' 으로 지었고, 이곳의 지명과 시장 이름도 자연스럽게 모란으로 굳어진 것이다.

분당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인 70년대 중반까지 인근 분당장(분당구 효자촌), 너더리장(분당구 판교동), 새술막장(수정구 고등동)등이 있다 모두 폐장됐으나 모란장 만큼은 여전히 민속장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 어떤 것이 있나=모란장은 그야말로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는' 거대한 만물시장이다.

상인회 소속 상인 9백42명과 노점상.농민 등 1천5백여명이 물건을 팔고 있다. 장이 서면 품목별로 13개 구역으로 나눠진 장터에 생필품은 물론 화훼.약초.가축.의류.신발.생선류 등이 빼곡이 진열된다.

굼벵이.말린 지네, 각종 한약재 등도 눈길을 끌며 노래하는 마네킹을 앞세운 광약(光藥)장수, '뽕짝'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 상인 등도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장터 중간에 있는 먹자촌과 입구 왼편에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촌에 가면 순대국밥.돼지머리.장터국수 등 토속적이고 다양한 먹거리를 싼값에 즐길 수 있다.

좌판마다 깎아달라 졸라대는 고객들과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상인들의 '정겨운' 흥정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말만 잘하면 20~30%는 에누리가 가능하다.

특히 봄엔 각종 나물 등 야채와 화훼류, 여름엔 개고기와 가금류, 가을엔 고추, 초겨울에는 약초류가 유명하다. 요즘엔 고추와 마늘시장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 모란장 명물=개고기.고추.참기름은 모란장이 자랑하는 3대 명물. 고추는 수도권 고춧값에 영향을 줄 정도이고 개고기는 규모와 유통량에서 전국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추는 장날 외에 매월 3.8일로 끝나는 날 도매 5일장이 열리며 개고기 역시 매월 1.6일로 끝나는 날 따로 장이 선다.

50여곳에 이르는 참기름집에서 뿜어내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도 장날의 흥취를 돋운다.

그러나 최근 중국산 참깨가 홍수를 이루면서 이곳에서도 국산 참기름을 찾기가 쉽지않다는게 아쉬운 점이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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