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재건축 불가" 판정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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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재건축이 추진된다는 소문만 믿고 노후 아파트.연립주택을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서울지역 구청들이 재건축조합이 낸 안전진단 신청을 잇따라 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최근 개포동 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이 낸 안전진단 신청을 반려했다. 구는 또 지난 6월 이후 안전진단이 신청된 11곳의 아파트.연립 가운데 청담동 하나연립.논현동 청수연립주택 등 4곳에 대해 전문가 현장조사만으로 불가 판정을 내렸다.

구청측은 다른 7곳에 대해서는 정밀진단을 통해 재건축 허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불가판정을 받는 단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는 안전진단이 반려된 곳에 대해서는 앞으로 1년 동안 다시 신청을 받지 않아 그만큼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사업을 벌이기 위한 초기단계로,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 추진이 당분간 어렵다.

그래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안전진단 서류가 구청에 접수되는 등 사업이 잘 진척되고 있다는 소문만으로 덥석 주택을 샀다간 투자금이 오래 묶이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강서구 등촌동 세림.청기와 연립주택과 동대문구 장미.세원연립주택 등도 최근 "부분적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건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는 현장조사만으로 정밀진단 불가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난 5월 용적률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제정방침을 밝힌 이후 재건축 요건이 충족되지 않지만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곳이 많았던 것 같다" 고 말했다.

또 건교부가 주택건설촉진법을 개정, 재건축 대상 공동주택 가구수를 종전 20가구 이상에서 10가구 이상으로 완화한 이후 연립주택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안전진단 통과요건은 의외로 까다롭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붕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거나▶지은 지 20년이 넘고 주거환경이 불량하거나 재건축하면 효용성이 올라가는 경우▶20년이 넘은 공동주택 중 과다한 수리비가 들어갈 때▶지자체장이 미관상 재건축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등의 조건 가운데 한가지라도 갖춰야 한다.

개포1단지의 경우 이 요건 중 한가지도 충족되지 못한 것이 불가 판정의 이유다.

21세기컨설팅 양화석 사장은 "건물이 낡지 않은데도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며 "안전진단결과 등 사업과정을 확인한 후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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