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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증시(67) ‘글쟁이 사업’에 도전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후수리 칼럼 마지막입니다. 혹 앞의 글을 읽지 않으신 분은 이곳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283664)을 클릭 해 읽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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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14일. 베이징의 시다왕(西大望)로 원터라이(溫特來)센터에서 조그만 개업식이 열렸습니다. '차이신(財新)미디어'라고 했습니다. 눈에 익은 사람이 여럿 보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 후수리(胡舒立)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차이징 잡지를 그만뒀던 양다밍(楊大明) 전 차이징 부편집인도 있었습니다. 참석자 대부분 차이징 출신 기자들이었지요.

12월 9일 차이징을 뛰쳐나왔던 그들이 한곳에 다시 모인 것입니다.

후수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후수리 사단'은 그렇게 '차이신미디어(財新傳媒)'라는 우산 아래로 다시 뭉쳤습니다. 작은 출발이었습니다. 자본금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으로 시작했답니다. 후수리의 동료이자 후배들 30여 명이 출자해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직원 대부분이 주주 자격으로 시작한 것이지요. 여기에 외부 투자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요?

12월 29일, 그 답이 나옵니다. 이날 해남성에 본부를 두고 있는 '중국(해남)개혁발전연구원'이 보도자료를 냅니다. 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잡지인 '신세기'가 새로운 편집단을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총편집인에 후수리, 부총편집인에 양다밍과 마오수빈(苗樹彬), 편집국장에 왕수어'...

그렇습니다. 후수리 사단이 '신세기'를 접수한 겁니다.

중국(해남)개혁발전연구원은 1991년에 설립된 씽크탱크 입니다. 경제이론과 정책연구를 해 왔습니다. 교육 자문 등의 비즈니스 성 업무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신시기 잡지였습니다. 그 잡지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후수리 사단에게 맡긴 겁니다. 이 잡지의 기존 기자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나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신 후수리 측에서 밀린 월급을 모두 줬답니다.

후수리 사단은 즉시 편집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매월 1일, 11일, 21일 발행되던 것을 주간으로 바꿨고, 제호도 '신세기주간'으로 변경했습니다. 그 첫 작품이 지난 11이 나왔습니다. '편집자 치사'에서 후수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지급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문턱에 서있습다. 차이징에서 온 우리는 독자의 기대를 안고 재 도약할 것입니다. 새로운 출발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1월 15일 '후수리'라는 이름은 또 다른 곳에서 나옵니다. '중국경제체제개혁잡지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자사 월간잡지인 '중국개혁'의 편집인단을 새로 구성했다고 발표합니다. '총편집인에 후수리, 부 총편집에 양다밍과 장진(張進), 편집국장에 왕수어, 부 편집국장에 에웨이창(葉偉强)'이 그 면면입니다. 후수리 사단이 또 등장한 겁니다.

뭐지? 후수리는 '신세기주간'을 맡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후수리 사단은 주간잡지인 신세기주간과 월간지인 중국개혁을 동시에 편집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개혁은 영향력이 매우 큰 잡지입니다. 지금은 일반에 공개되고 있지만 한 때는 당 고위 인사의 내부문건으로만 돌았던 겁니다. 덩샤오핑이 제호를 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걸 후수리 사단이 맡게 된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후수리는 12월 9일 차이징을 떠난 뒤 '동지'들과 함게 새로운 미디어 전문 업체인 차이신을 차립니다. 이 차이신이 신세기주간과 중국개혁이라는 잡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잡지를 창간하기보다는 기존 잡지를 인수하는 식으로 출발하는 것이지요. 진정한 의미의 '글쟁이'사업이 시작된 겁니다. 그들은 앞으로 또 다른 매체를 인수하거나, 세울 수 있습니다. 벌써 인터넷사이트(www.caing.com)와 2개의 잡지를 거느린 작은 '그룹'으로 전문 글쟁이 사업을 한 번 해보겠다는 것이지요. 그가 차이징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포부입니다.

후수리의 새 도전이 어떤 결말을 낳을 지 누구도 모릅니다. 그의 명성 하나만으로도 신세기주간과 중국개혁은 이미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과연 중국의 언론환경과 어울릴 것이냐에 대한 회의도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후수리는 지금 척박한 중국 언론환경 속에서 '글쟁이'사업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의 도전이 어떤 결말을 낳을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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