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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포커스] 후반기 국정관리…옆에 직언할 사람 두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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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대중(金大中)정권 국정운영의 여러 축이 난조(亂調)상태다. 집권후반기를 맞아 민간기업의 소사장제를 본뜬 내각의 팀별 운영제는 헝클어져 있다.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의 퇴진은 그 시작이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퇴진에 대해 金대통령은 "아쉬운 점이 있다" 는 심정을 표명했다. 金대통령이 朴전장관을 신임한 것은 그가 통치에 필요한 악역(惡役)과 충성의 면모를 갖췄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한동(李漢東)총리가 여론 불만의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불만이다.

소수 정권의 한계를 돌파하는 수단으로써 시민단체의 활용문제도 후퇴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지난주 "의약분업에 대해 조금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반성을 하고 있다" 면서 "의사.약사.시민단체가 합의해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렇게 판단했다" 고 토로했다(중앙일보 창간 35주년 인터뷰). 시민단체를 국정운영의 축으로 삼으려던 구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발언으로 여권 일각에선 받아들인다.

민주당의 8.30 전당대회로 불거진 권노갑(權魯甲).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불화는 김영삼 정권 후반기 YS계의 분열과정을 연상시킨다.

이제 金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여러 축들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그 핵심은 그 축의 주요 인물들에게 임무를 부여해 국정과 민심 관리의 역량을 발휘토록 하는 일이다. 그 중 하나가 민주당 12인의 최고위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차기 대선 경쟁 분위기가 퍼질 것을 의식할수록 金대통령의 당 장악력과 설득력은 굴절될 수 있다. 권력운영에서 소수정권의 선택은 좁다.

金대통령이 차기후보의 덕목으로 말하는 '사심없는 봉사' 를 내세워 일정수준 역할을 분담해줘야 한다. 집권후반기일수록 아래로부터의 충성 확보는 위로부터의 신임을 적절히 배분해야 효과적이다.

金대통령은 "고언(苦言)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고 말한다. 그러나 다수 국민들은 "金대통령의 완벽주의.정치연륜.나이를 감안할 때 대통령 앞에서 직언(直言)하기 힘들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통치의 이미지는 金대통령과 상대할 수 있는 주변 인물이 드문 데서도 온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박태준(朴泰俊)전 총리가 떠난 공백을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 혼자 메울 수는 없다. 청와대 주변에 대통령의 '말 벗' 이 될 수 있는 인물의 존재 자체가 권력의 안정적 면모를 다듬어준다. 거기에다 직간(直諫)이 더해진다면 국민적 신뢰는 두터워진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 청와대 특보(特補)제를 검토해 볼 만하다.

박보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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