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가 가시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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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제1보(1~14)=중국은 구리 9단, 쿵제 9단, 추쥔 8단, 천야오예 9단, 저우루이양 5단까지 5명이 8강에 올랐다. 한국은 이창호 9단, 박영훈 9단, 허영호 7단 3명. 수적으로 열세인 데다 신구를 망라한 중국의 면면이 막강해 보인다. 오후 5시 무렵, 8강전 추첨이 시작됐을 때 한국 관계자들은 간절히(?) 빌었다. 중국 기사끼리 두게 될 한 조에 구리와 최근 가장 잘나가는 천야오예가 맞붙기를 바랐다.

언제부터 한국이 추첨 따위에 기대게 됐을까. 한심하고 씁쓸한 모습이었으나 신기하게도 추첨 결과는 한국 측이 원한 그대로 됐다. 이창호-추쥔, 구리-천야오예, 박영훈-쿵제, 허영호-저우루이양으로 짜인 것이다. 다만 한 사람, 박영훈 9단만은 “쿵제가 가시예요”라며 심각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상대 전적을 뒤져보니 5전5패. 박영훈에게 이 같은 승률 제로의 기사가 있었던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을 가려 박영훈의 흑번. 백이 10으로 씌웠을 때가 초반의 기로였다. 12까지 눌러놓고 14로 움직인 모습에서 백의 발 빠름이 느껴진다. 흑은 기착점인 9와 13의 밸런스가 어딘지 어색하다. 박영훈은 국 후 ‘참고도’ 흑1로 나와 끊을 자리였다고 후회했다. 보통은 버거운 전투지만 지금은 흑▲의 위치가 좋아 곧바로 싸워야 했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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