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한국이 추첨 따위에 기대게 됐을까. 한심하고 씁쓸한 모습이었으나 신기하게도 추첨 결과는 한국 측이 원한 그대로 됐다. 이창호-추쥔, 구리-천야오예, 박영훈-쿵제, 허영호-저우루이양으로 짜인 것이다. 다만 한 사람, 박영훈 9단만은 “쿵제가 가시예요”라며 심각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상대 전적을 뒤져보니 5전5패. 박영훈에게 이 같은 승률 제로의 기사가 있었던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을 가려 박영훈의 흑번. 백이 10으로 씌웠을 때가 초반의 기로였다. 12까지 눌러놓고 14로 움직인 모습에서 백의 발 빠름이 느껴진다. 흑은 기착점인 9와 13의 밸런스가 어딘지 어색하다. 박영훈은 국 후 ‘참고도’ 흑1로 나와 끊을 자리였다고 후회했다. 보통은 버거운 전투지만 지금은 흑▲의 위치가 좋아 곧바로 싸워야 했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