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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서 민간 우주여행 꿈 이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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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예천군 감천면의 예천천문우주센터(이사장 박홍서)가 13일 헬기 시험운항을 시작했다.

이 센터는 지난해 말 14억8500만원을 들여 폴란드제 SW-4 헬기를 사들였다. 항속 거리가 760㎞에 달하는 최신 기종이다. 이날 오후 2시 40분 센터 옥상을 수직 이륙한 SW-4는 영주 소백산과 안동 하회마을 등지를 1시간10분쯤 비행했다. 새 헬기를 시험운항하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들 지역 경관이 볼 만한 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센터 조재성(44) 관장은 “이 헬기로 국내에서 처음 ‘하늘 관광’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점검한 구간은 소백산 코스다. 다음달에는 헬기 한 대를 더 구입해 경주를 거쳐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관광 코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센터는 장차 관광용 항공기도 들여올 계획이다. 하지만 헬기 관광은 센터가 구상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준비 과정일 뿐이다. 센터는 꿈 같은 민간 유인 우주선 비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2004년 천문대 건립을 시작으로 그동안 예천에 천문학소공원·우주환경체험관 등을 조성했다. 이를 발판으로 우주선 비행사업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센터는 우주선 비행사업의 사전 준비로 지난해 11월 18일 항공사를 설립했다. 항공사 설립 기념식 자리에는 미국 민간 유인 우주선 제작사인 XCOR 에어로스페이스의 그리슨 회장이 참석해 센터와 이례적으로 우주선(링스MK2)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 목표는 2013년. 그리슨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민간 유인 우주비행위원회 위원이며, 회사는 세계 3대 민간 우주선 제작사 중 하나다.

링스MK2 우주선은 2인승으로 발사체에서 수직으로 쏘아올리는 방식과 달리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이용해 이·착륙한다. 승객은 사나흘 지상훈련을 거친 뒤 대기권을 벗어나 고도 115㎞의 우주공간에 도달한다. 거기서 깜깜한 하늘에 밝게 빛나는 태양과 별·은하수를 1시간 가량 관찰하고 발 아래 파랗게 빛나는 지구도 감상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이미 조종사만 탄 채 2000회 정도의 시험비행을 마쳤고 벌써 3만여 명의 예약을 받아 이르면 연말쯤 우주 여행이 시작된다.

한국에서 우주여행 비용은 1인당 1억원 정도. 센터는 국내 유명 여행사와 손잡고 중국·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희망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물론 아직은 난관이 많다. 예천공항 사용 문제에다 우주선 도입과 관련해 미국 국방성의 승인 절차도 남아 있다. 경북도 송경창 정책기획관은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여는 의미가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주선의 안전성 확보도 과제”라고 말했다.

예천이 헬기 관광에 이어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여는 아시아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의호 기자

◆예천천문우주센터=국립천문대장을 지낸 박홍서 박사(천문학)가 설립해 2005년 교육과학기술부의 공익 법인으로 승인됐다. 천문우주와 항공과학에 대한 연구 및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자본금은 60억원이며, 입장료 등 자체 수입과 자치단체의 보조금 연간 1억원 등으로 운영된다. 사설 천문대로 직원은 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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