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의 건강학] 너무 짧으면 눈 시리고 ‘차단 역할’ 못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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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으면 눈 시리고 ‘차단 역할’ 못해요

외국계 회사 과장인 이모(34·여)씨.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유독 한 부위만은 자신이 없다. 여성에게 ‘자존심’과도 같은 속눈썹이 선천적으로 짧고 숱이 없는 것. 그러다 보니 화장할 때마다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뷰러(속눈썹을 말아 올리는 기구)를 사용하지만 성이 차지 않는다.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는 마스카라도 자주 번져 판다 눈처럼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속눈썹이 짧은 탓인지 황사철이면 눈에 먼지도 많이 날아들어 인공눈물을 달고 산다.

하루 0.18mm 성장 … 4~9개월이면 빠져

속눈썹은 어느 정도 길어야 하고, 숱은 얼마나 되어야 적당할까. 속눈썹은 위·아래 눈꺼풀 끝에 2~3열로 나 있다. 위쪽 눈썹 길이는 10~12㎜, 아래는 6~8㎜다. 속눈썹 수는 위쪽이 100~150개, 아래가 70~80개 정도다.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상대적으로 속눈썹이 빈약해 보인다. 속눈썹은 하루 0.18㎜ 정도 자라 4~9개월이면 빠진다. 머리카락의 성장주기는 2~8년.

속눈썹의 나이는 굵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나무의 새싹처럼 가는 것이 이제 막 나온 것이다. 아임피부과 임하성 원장은 “속눈썹의 길이·두께·색은 대부분 유전 요인에 따라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며 “동양인보다 서양인의 속눈썹이 길고 숱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의 속눈썹이 남성보다 더 풍성할 것 같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구 결과는 없다.

풍성한 속눈썹은 눈을 아름답게 보이게 할 뿐 아니라 눈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세대 원주의대 피부과 이원수 교수는 “속눈썹은 먼지나 벌레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차단막”이라며 “사물을 인식하는 지각(知覺)이 발달해 이물질이 닿으면 눈에 못 들어오게 재빨리 눈꺼풀을 닫게 한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땀이나 빗물 등 액체가 눈에 유입되는 것도 막는다. 눈에 비치는 강한 빛을 산란시키는 차광막 기능도 있어 외부 자극을 최소화한다.

이 교수는 “속눈썹이 너무 짧고, 숱이 없거나 화상·외상 등으로 손실되면 햇빛에 의해 눈이 시릴 뿐 아니라 이물질이 자주 눈에 들어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알레르기로 탈모증 생기기도

선천적으로 멋진 속눈썹도 후천적인 영향으로 볼품 없어질 수 있다. 머리카락처럼 탈모증이 생길 수 있는 것. 속눈썹 탈모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임 원장은 “속눈썹이 나오는 눈꺼풀 끝에 염증이 있으면 속눈썹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탈모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눈이 세균에 감염돼 눈질환이 생긴 경우에도 속눈썹 탈모가 동반될 수 있다. 아이라이너·마스카라 등 눈 화장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한 가지 원인이다. 눈꺼풀의 염증·알레르기 반응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꺼풀에 생긴 아토피 피부염 탓에 손으로 자주 비벼도 모낭이 손상돼 속눈썹이 자라지 않을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충동적으로 속눈썹이나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벽’이 있어 예쁜 속눈썹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바르면 길이·굵기·색 개선되는 약 나와

빈약한 속눈썹은 다양한 미용·치료법으로 길고 풍성하게 가꿀 수 있다.

손쉬운 방법은 속눈썹에 화장품을 덧바르는 마스카라와 인조 속눈썹을 붙이는 것. 그러나 인조 속눈썹은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접착제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인조 속눈썹을 일일이 붙이는 연장술도 있지만 본래 속눈썹과 함께 빠지면서 눈썹 배열이 고르지 않게 된다. 머리 뒷부분의 머리카락을 이식해 속눈썹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300만~500만원의 시술비가 들며, 계속 자라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다듬어줘야 한다.

최근에는 눈꺼풀 끝에 바르기만 하면 속눈썹의 길이·굵기·색을 개선하는 치료제가 나왔다. 2008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비마토프로스트 성분의 의약품(라티쎄)이다.

임상시험 결과 8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 16주 후 속눈썹이 2배(106%) 두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는 25% 늘고, 속눈썹의 색(명도)은 18% 짙어져 전체적으로 속눈썹이 풍성해졌다. 이원수 교수는 “속눈썹 치료제는 모낭과 모근을 자극해 속눈썹의 성장을 돕는다”며 “임신부·녹내장 환자·안압이 높은 사람은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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