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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관이 남긴 불씨]이운영씨 정치권 배후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 이운영씨 정치권 배후설

20일 사퇴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기자회견 도중 "신용보증기금 이운영 전 서울 영동지점장에게 배후 정치세력이 있다" 고 언급했다.

정치권과 검찰에서는 朴전장관이 누구를 '배후 정치세력' 으로 지목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그 실체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일부 정치세력이 李씨를 의적(義賊)인 양 보호하면서 배후조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지만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니냐" 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朴전장관이 한나라당을 지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서 "한나라당 대선자금 자료 때문에 朴전장관이 집중 공세를 받는다는 설이 있다" 는 취재진의 질문에 "얘기할 때가 아니며 내가 자료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 대목이다.검찰 일각에선 李씨의 모교인 동국대 일부 동문과 야당 정치인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李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전직 안기부 직원 S씨는 재직시절 한나라당 J의원(전 안기부 간부)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 S의원에게 인사청탁을 자주 했다는 이유로 면직됐다" 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S씨는 "재학시절 농촌.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李씨의 순수성을 믿기 때문에 돕는 것이며 한나라당과는 무관하다" 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李씨의 변호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한나라당 인권위원을 맡고 있다.

李씨 측근은 "李씨가 한나라당에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지 않으냐" 고 반문하며 "지난해 자민련 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이밖에 朴전장관이 여당 내 반대세력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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