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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W는 살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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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기업 순위에서 300위권 내의 한국 회사는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복제 역시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한 훌륭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나오기 힘들다.

미국을 제외하고 자국어로 문서 편집기를 가진 세계 유일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한컴이 만든 '아래아 한글'덕이다. 한컴은 2000년부터 3년간 누적적자가 800억원을 넘어 마이크로소프트(MS)에 2000만달러에 인수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영업망 정비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 184억원에 43억원의 순익을 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162억원과 영업이익 52억원을 올렸다.

이 여세를 몰아 한컴이 세계로 나가고 있다. 한컴은 4일 한국과 중국.일본 3국이 공동 개발하는 리눅스 운영체제(OS)인 '아시아눅스'의 한국 쪽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이 회사 백종진 사장은 "앞으로 아시아눅스가 아시아의 리눅스 표준 OS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핸디소프트가 주최한 '글로벌 유저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회사 제품 사용자들과 토론하는 자리다. MS 같은 미국 업체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이 같은 모임을 한국의 벤처기업이 주도했다.

김규동 사장은 "참석 인원은 150명이었지만 이런 행사를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핸디소프트는 업무공정관리(BPM) 솔루션을 들고 1998년 미국에 첫 진출했다. 현지 마케팅을 위해 500억원을 들였지만 3년간 단 한개의 제품도 못 팔았다. 이 회사는 2001년 어렵사리 미국연방표준기술원(NIST)에 납품하는 데 성공해 1년 만에 40여개 연방 기관에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는 GE.델타.씨티그룹 등 미국의 250개 업체도 이 회사의 고객이다. 미국에 뿌리를 내린 국내 첫 소프트웨어 업체다.

티맥스소프트는 시장 규모가 큰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핸디소프트와 함께 외국 업체와 경쟁하는 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의 박대연 교수가 만든 이 업체의 주력 품목은 '미들웨어'다. PC와 데이터베이스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기업의 전산 시스템에 꼭 들어간다. BEA와 IBM 등 미국 업체가 80% 이상 장악한 이 프로그램 시장에 2000년에 뛰어 들어 3년 만에 30%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올렸다. 연간 수백억원대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티맥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오라클이 장악하는 데이터베이스 등의 분야에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을 꿈꾸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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