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자와 오판에 하토야마 정권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이 오자와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그를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사진은 오자와(오른쪽)가 지난해 9월 15일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왼쪽)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일본 정계의 최고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강압 수사에 나서면서 정치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주당 정부도 ‘권력의 구심점’이 흔들림에 따라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강압 수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든 것은 오자와 간사장의 과신과 오산에서 비롯됐다. 오자와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를 총리로 만드는 등 새 정권의 실세로 떠오르면서 ‘정치적 타협’을 통해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려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오자와의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2008년 말부터 집요하게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6일 오자와에게 ‘임의 조사’에 응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오자와는 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고, 더 나가 검찰에 수사 범위를 구체화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등 검찰 수사를 묵살하려고 했다.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도 내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등 ‘언론 플레이’도 시도했다. 오자와의 오산이 검찰에게 칼을 뽑아 드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하토야마 정권에 타격=하토야마 총리는 14일 ‘간사장 교체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운영의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야당인 자민당이 18일부터 150일간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오자와의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총공세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13일부터 ‘오자와 자금의혹 진상조사단’을 가동한 데 이어 오자와에 대해 ‘의원사직 권고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면 정권 공약이 대거 담겨 있는 올 예산안과 영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법안 통과 등 민주당 역점 정책의 표류도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의 공세를 막지 못하면 과반수 의석 획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1%가 “오자와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한다”고 밝히는 등 ‘어둠의 쇼군(막후 실력자)’에 대한 여론도 갈수록 부정적이 되고 있다.

◆오자와 정치생명 위태=검찰은 이미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언을 오자와의 전 비서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중의원 의원 등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시카와 의원의 비서였던 가나자와 다케시(金澤敬)는 14일 자민당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오자와 선생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3월 초 이시카와 의원의 사무실 등에서 수십 개의 정치자금 관련 증거 자료가 반출돼 은폐됐다”고 폭로했다. 오자와는 현재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침묵하고 있다. ‘오자와 칠드런’ 등 민주당 의원들도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