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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방역망 구멍 … 축산농가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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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의 방역망이 뚫린 것이어서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경기도 구제역 방역대책본부는 14일 포천시 신북면 계류리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증세를 보인 소들에 대해 정밀검사를 한 결과 두 마리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등은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반경 500m 안에 있는 농가 여섯 곳에서 키우는 가축 전체를 추가로 살처분했다. 지난 7일 구제역이 처음 확인된 포천시 창수면 H농장의 젖소를 진료한 수의사가 방문했던 농가 18곳의 가축들도 폐사시켰다.

살처분된 가축은 2981마리로 늘었다. 또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로부터 반경 3㎞까지를 위험지역, 반경 3∼10㎞를 경계지역으로 추가 설정해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작업을 실시키로 했다.

방역 당국은 H농장 소들을 진료한 수의사가 병을 전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의사는 지난 2일 H농장 소들에 대해 간이 검사를 실시해 음성 판정이 나오자 이튿날 H농장에서 3.5㎞ 떨어진 계류리 농장을 방문에 진료를 했다. 그는 이후에도 관내 여러 농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성상 발병 후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일단 해당 수의사가 지난 2∼6일 방문한 농가 18곳의 가축을 살처분하고 나머지 농가에 대해선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의사가 방문한 농가가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로 구제역 소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국의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제역 발생 일주일 만에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게 확인되자 포천 지역 축산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이 추가 발생한 계류리 한우농장과 1㎞ 떨어진 곳에서 젖소를 키우는 정봉희(64)씨는 “계속되는 강추위에 분무소독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축사와 주변지역에 생석회 소독만 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생석회가 하루치 여유 분량밖에 없어 속이 탄다”고 말했다.

이희정(51) 신북면 계류리 이장은 “구제역이 추가 발생한 농장 1㎞ 내에는 한우와 젖소 농장 14곳이 밀집해 있어 확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농민들은 설 명절을 앞둔 시점에 구제역이 퍼지자 명절 특수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산농민들은 특히 포천·양평·오산·파주·이천 등 경기도 내 5개 가축시장이 13일 폐쇄돼 출하마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포천-연천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2일 구제역 증상이 발견된 뒤 7일 첫 확정 판정 시까지 해당 수의사가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다니는 등 방역 공백이 발생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파력이 빠르고 잠복기가 있는 구제역의 경우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수의사를 교체해 농가에 보내거나 수의사에 대한 철저한 소독이 필요한데 주의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익진·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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