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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남아공, 숨가쁜 1233m서 내려왔더니 숨막는 강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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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고지대와 공인구 ‘자블라니’ 적응에 이어 ‘강풍’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축구대표팀 훈련이 진행된 14일 새벽(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 해발 1233m의 고지대인 루스텐버그에서 해안으로 내려온 태극전사들은 모처럼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지난 5일 루스텐버그에 처음 캠프를 차렸으니 9일 만에 평지에서 편안한 호흡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발 20m 저지임에도 숨을 들이마시기가 쉽지 않았다. 얼굴을 때리는 강한 바람 때문이다.

◆‘바람의 도시’,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의 남동쪽에 위치한 휴양 해양도시 포트 엘리자베스는 인도양에서 사시사철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윈디 시티(windy city)’로 불린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은 해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바람이 어찌나 강했던지 주변 공사장의 흙먼지가 경기장으로 잔뜩 날아 들어왔다. 걷는 사람의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풍이었다. 한여름이지만 바람을 맞고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남아공 기상청이 밝힌 이날 오후 2시쯤 이곳의 바람 세기는 초속 17m. 여름철 동아시아에 부는 태풍의 풍속이 초속 17m 이상임을 생각하면 포트 엘리자베스의 강풍이 얼마나 매서운지 짐작할 수 있다. 나무 전체가 흔들리며 바람을 안고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예기치 못했던 포트 엘리자베스의 강풍에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 자블라니의 반발력이 크기 때문에 바람까지 분다면 수비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풍 적응 훈련도 필요할 듯=포트 엘리자베스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진행팀의 데스몬드 레위스(52)는 “월드컵이 열리는 겨울에도 포트 엘리자베스에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 해안 도시인 만큼 날씨 변덕도 심하다”고 말했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은 축구대표팀이 6월 12일 그리스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는 곳. 바람이라는 변수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더구나 스타디움은 통풍이 잘되도록 뚫어 놓은 공간을 통해 스며드는 바람이 둥근 직사각형 건물 구조와 맞물리면서 그라운드에 돌풍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다행인 점은 포트 엘리자베스를 감싸고 있는 인도양의 바람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는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스의 경우 롱볼 공격을 자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허정무 감독은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짧고 빠른 패싱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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