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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 도심 설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 은평구 다가구주택에 사는 金성진(32.회사원)씨는 지난해 8월 이사 온 뒤부터 고양이에 시달려 밤잠을 이룰 수 없다. 퇴근 무렵 집 근처 담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문 앞 쓰레기 비닐봉투를 뜯어 음식쓰레기를 파헤쳐 놓기 일쑤다. 金씨는 "사람을 보고도 고양이들이 피할 생각도 안한다" 며 "아내가 놀라지나 않을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崔미자(56.주부)씨는 "고양이들이 밤마다 아기 울음소리 비슷하게 울어대는 바람에 잠이 들다가도 깬다" 고 불편을 호소했다.

애완동물로 길러지다 버려지거나 야산의 들고양이가 주택가로 내려와 떠도는 '도둑고양이' 들이 급증, 피해가 늘고 있다.

서울 각 구청 인터넷 민원게시판에는 올들어 매달 도둑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2~3건씩 올라오고 있다.

주요 피해 유형은 ▶음식물을 찾기 위해 쓰레기 봉투를 찢거나 분뇨를 마구 눠 생활환경 오염▶특유의 울음소리로 수면방해▶집안 으슥한 곳에 새끼를 치거나 밤거리에 출몰해 공포감 유발 등이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도둑고양이 포획 수는 1995년 79마리에서 지난해 1백64마리, 올 상반기 1백69마리로 급증했다. 이 협회는 서울시내 13개 구청과 버려진 동물처리 대행계약을 맺고 있다.

이처럼 피해사례가 늘고 있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도둑고양이는 현재 축산법.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한 가축에 포함되지 않아 행정기관의 관리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동물보호법에 의해 포획.도살.처분 등이 제한을 받고 있다.다만 환경부가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야생 고양이만 유해 조수로 규정, 생태계 교란 차원에서 처리하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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