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기대 큰 만큼 걱정도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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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북한 개성공단 초대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김기홍(49)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음달 초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땅에서 은행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때문이다.

현지 입주 기업들에 설비 및 운영자금도 대주고 수출입과 관련된 금융거래를 해주는 게 그의 업무다. 이를 위한 김 지점장의 초기 영업자금은 2000만달러(약 240억원)나 된다.

북한땅에서 은행 업무를 처음 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그에겐 고민도 많다.

"무엇보다 남쪽과 연결되는 전화 한대 없이 지점 문을 열어야 합니다. 은행 본점과의 전산망 연결 문제도 아직 남북한 간에 합의가 안 됐어요. 당분간 모든 업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김 지점장은 "북한 현지 은행과 업무 제휴도 맺어져 있지 않아 영업을 하는데 어떤 제약이 생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개성공단에 취업한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어떤 식으로 내줘야 할지가 급한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의 부임을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지점장의 부모는 모두 평북 정주 출신이며 처가의 고향도 개성이다.

1983년 옛 한일은행으로 입사한 김지점장은 그동안 개인.기업 영업은 물론 해외근무(도쿄지점 과장)도 하는 등 영업 관련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은행 측은 이 같은 그의 경력을 높이 사 개성공단 초대 지점장으로 발탁했다.

김 지점장은 "내년 말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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