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001년 답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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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화해.협력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내년 봄 답방은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보간의 13일 신라호텔 심야 회동에서 전격 결정됐다.

올 하반기 남북 정상들의 빡빡한 일정 때문이라는 게 공식설명. 여기에 봇물 터지듯 하는 남북관계에 북측이 '숨 고르기' 를 하려는 의도도 감지되고 있다.

◇ 두 정상의 바쁜 일정=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0월 21~22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주인 역할을 맡게 된다.

이어 11월 15~16일에는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1월 24~25일에는 '아세안+한.중.일 3국 정상회의' (싱가포르)일정이 잡혀 있다.

金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초청을 수락, '내년 초 방러'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올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전후해 1980년 이후 개최되지 않았던 7차 노동당 대회가 개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金위원장 답방이 내년 봄으로 늦춰지면서 '적화통일' 등의 노동당 규약을 개정할 당 대회의 연내 개최 여부가 최대 관심사" 라고 말했다. "한라산 일출을 보고 싶다" 고 했던 金위원장이 답방 때 한라산에 오를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

◇ 북한 내부의 숨 고르기=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金위원장은 "이 직책(국방위원장)으로 서울 가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싫어한다" 고 말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결국 金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변화상에 대한 북한 내부의 정지작업과 체제안정을 끝낸 뒤 서울 나들이에 나서려는 속도조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평양 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실세라는 김용순 비서조차 군사문제만큼은 결정을 쉽게 못했다" 며 "최근 남북 해빙기류에 소극적인 북한 군부와 보수파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분석했다.

◇ 남북관계 순풍 예상=북측 매체는 "모든 남측 주민의 환영 속에 金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는 요지의 메시지를 직.간접으로 밝혀왔다.

때문에 내년 봄 답방 전까지 이산가족 면회소.군사 핫라인 가설 등 남북 현안은 순풍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 최근 북한 매체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공세를 자제하는 점도 답방과 관련해 주목받는 대목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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