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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문화] 거리 거리마다 '작가와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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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불리기는 미국 뉴욕도 마찬가지다. 매년 9월 말이나 10월 초 맨해튼 곳곳에선 '뉴욕은 책의 나라(New York is Book Country, NYIBC)'란 전시회가 열린다. 26회째를 맞은 닷새간의 올해 행사가 3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공익단체인 NYIBC가 뉴욕 타임스.뉴욕시 교육국 등과 함께 벌이는 이 행사를 단순한 책 전시회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NYIBC 이사이자 뉴욕 시립도서관 커뮤니케이션 담당 국장인 낸시 도너는 "출판사와 저자.서점.문화단체가 각급 학교와 학생,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책을 매개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는 종합 문화행사"라고 말한다.

올해 행사는 지난달 29일 '낭만의 정원' 저자인 사진작가 마리온 스미스가 퀸즈도서관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17세기 농가를 자신이 직접 사들여 멋진 정원으로 꾸미는 과정을 사진으로 엮어낸 책인데, 집안 가꾸기가 흔한 취미인 이곳 사람들을 겨냥한 자리였다. 유명 건축가 로버트 스턴과 폴 골드버그가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특히 건축학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30일엔 20세기 초반 그리니치 빌리지와 할렘에 자유분방한 바람을 불어넣은 여성들에 대해 책을 쓴 안드리아 바넷을 초청, 시민들과 더불어 뉴욕의 역사를 더듬는 시간도 가졌다.

올해는 맨해튼 한복판인 5애비뉴에서 주요 행사를 벌였던 과거와는 달리 남쪽의 워싱턴스퀘어 공원과 인근의 뉴욕대학(NYU) 으로 무대를 옮겼다. 전통적인 거리의 책 전시회도 지난 2일 공원 남단에 120여개의 부스가 설치돼 행인들의 발길을 잡았다. '내가 만드는 나의 일기장''할머니가 읽어주는 책'이란 이벤트가 어린이들의 호응을 받았고,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건가요' 행사는 작가지망생들이 많이 찾았다.

애니메이션이나 삽화가와의 만남도 중.고등학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3일 뉴욕대학 학생회관에서는 어떤 사람이 성공적인 책을 쓰는가에 관한 출판사 편집장들의 강좌도 열렸다.

뉴욕 타임스의 첫 여성 편집국장 질 아브람슨과 유명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가 시민들과 차 한잔을 하면서 기자생활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를 주관한 NYIBC 측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시민을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는데 올해도 성공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주최 측은 소수민족에 대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흑인을 앞지른 히스패닉을 염두에 둔 듯 멕시코 출신 화가 프라이다 칼로와의 대화 시간도 만든 것. 아시아계를 위한 자리도 있었다. '항구 문화-아시안들의 대서양'의 공동 저자 미나 알렉산더 등을 뉴욕대학으로 초청해 차이나타운과 아시안들의 뭉쳐 사는 습성, 그리고 정치력 신장 등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중국 요리에 관한 책을 매개로 간단한 요리강좌도 열었다. 여러 모로 25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NYIBC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10월 5일자 18면 '뉴욕의 책 축제' 기사 중 '멕시코 출신 화가 프라이다 칼로와의 대화 시간도 만든 것'을 바로잡습니다. '프라이다 칼로'는 멕시코 벽화운동의 선구자인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이자 그 자신이 주목받는 화가였던 '프리다(Frida) 칼로'의 오기입니다. 그는 1907년에 태어나 54년 사망했습니다. 브루클린 어린이 박물관에서 열린, 프리다 칼로의 화풍을 토대로 한 자화상 그리기 행사를 '프라이다 칼로와의 대화 시간'으로 잘못 전해드린 것입니다. 또 같은 기사 중 ''항구 문화-아시안들의 대서양'의 공동 저자 미나 알렉산더'도 바로잡습니다. 미나 알렉산더의 저서는 '로 실크(Raw Silk)'이고, 그는 토론 프로그램 '항구 문화-아시안들의 대서양'에 초청됐었습니다. 기자가 현장을 모두 확인하지 않고 일부 행사를 자료에 의존해 기술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습니다. 이 점 사과드리며, 잘못을 지적해주신 독자분(아이디 'linguiste')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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