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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무대는 아름다워] '백스테이지 예술가'를 아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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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방자치단체의 극장 건립이 늘면서 기존 극장을 견학하는 관계자들의 발길도 잦다. 내가 일하는 LG아트센터는 특히 '첨단 공연장' 이미지가 강해 이들의 필수 견학 코스로 인기가 높다. 일주일에도 많으면 서너 단체가 극장을 찾아 관람하고 돌아간다. 외국에서는 '백스테이지 투어' 상품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견학 참가자들이 보고 가는 것은 극장의 하드웨어다. 극장 구조와 공간 활용, 장비 등 인프라 공부가 대부분이다. 견학 후 이들은 "생각보다 극장이 복잡하고 정교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극장은 각종 무대 운용.조명.음향시설 등이 정교하게 연결된 '공장' 같다.

공연예술이 이 극장 인프라를 통해 생산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존재가 '무대 뒤의 사람들'이다. 특히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대형 공연의 경우 이들의 일사불란한 도움이 없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도 빛이 날 수가 없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스태프' 혹은 '크루'라고 불리는 무대.조명.음향.분장.소품 담당자다. 자칫 한 치의 실수라도 범했다간 그 결과는 치명적이어서 공연 중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공연 선진국에서 근로조건 등 이들의 권익은 법적으로 보장 받은 지 오래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조합(유니언)이 권익을 대변한다. 한국에서도 이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전문 계간지 '백스테이지'(발행인 이종일)를 창간한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이다. 이들은 이런 공론의 장을 통해 장차 기술 인력의 전문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일에 앞장설 계획이다.

공연예술은 예민한 예술가적인 기질이 충돌하기 쉬운 분야다. 연출가는 연출가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조명.음향 디자이너는 그들 나름대로 예술가로서 독창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서로를 인정하며 타협점을 찾을 때 아름다운 동거가 가능하다. 무대 뒤의 사람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정재왈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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