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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소포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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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관(官)의 힘을 업지 않고는 이런 싼 가격은 나올 수 없다. 부당 행위다. "

"우리도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법을 위반한 것은 하나도 없다. "

일본에선 요즘 2007년 민영화를 앞둔 일본우정공사와 민간 우송택배사들과의 '소포 전쟁'이 한창이다.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곳은 우정공사.

우정공사는 지난달 29일 "10월 1일부터 소포 우송요금 산정 기준을 '중량제'에서 '크기'로 바꾸고 요금도 대폭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고객이 소포를 직접 우체국에 가져오거나 동일 주소지로 소포를 2회 이상 보내면 50~100엔을 할인해 주기로 했다. 민간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골

프채.스키세트 택배 서비스도 시작했다. 그러면서 요금은 야마토운수 등 민간업체보다 5~49% 싸게 설정했다. "우편소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12년만의 대개혁"이라고 자평할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다. 그러자 업계 1위이자 민간업체로는 1976년 처음 택배를 도입한 야마토운수가 발끈했다.

"민간이 개발한 각종 서비스를 그대로 갖다 모방하고 요금은 '관'의 힘을 이용해 낮게 책정한 부당 염가매매"라는 것이다. 우정공사의 경우 우편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법인세 면제 등의 우대조치를 받고 있어 민간업체로는 도무지 불가능한 낮은 요금을 책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야마토운수는 당장 도쿄지법에 부당행위로 소송을 걸었다.

우정공사는 현재 시장점유율이 6%까지 떨어진 소포 택배시장에서 빨리 만회해 놔야 민영화 이후 본격 승부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다소 무리면서도 가격을 대폭 낮췄다. 무려 40억엔을 들여 이번 조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야마토 등 민간업체 입장에선 지금 밀리면 끝이라는 긴장감에 싸여 있다.

특히 우정공사가 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 모은 후 결국은 민간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편의점 물류망을 비집고 들어올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실제 최근 우정공사는 편의점 업계 2위인 로손과 손을 잡았다.

현재 우정공사의 소포를 취급하는 곳은 전국 2만4700개의 우체국과 담뱃가게 등을 합해 6만6000곳인 반면 야마토의 경우 편의점을 중심으로 30만곳에 달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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