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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포럼2000] 통일한국 아·태안보에 큰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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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司空壹)은 7일 신라호텔에서 한국무역협회.서울국제포럼.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한반도 문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동북아시아 포럼 2000' 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심포지엄에는 한국.미국.일본.중국의 전문가들이 참석,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정치.안보상황과 미 대통령선거 이후 미.중 관계 등에 관해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한국과 주변국]

▶요이치 후나바시 박사(아사히신문 외교문제 전문기자)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은 일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일본 내에는 경제적 또는 전략적 이유로 분단된 한국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의 안전 차원에서 보면 더 안정되고 강한 한국이 바람직하다.통일이 진행되면 한국은 더 자신감을 갖고 ‘책임있는 참여자’로서 지역안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한국은 한·중·일 3국간의 관계개선과 동북아 지역 안전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분단한국은 지역내에,특히 중국·일본에 긴장을 조성하게 돼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통일과정은 점진적인 것이 더 바람직하다.북한은 급속한 통일과정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흡수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이런 상태에서 통일이 급진전될 경우 북한주민 사이에 통일과정 자체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남한의 대북정책 기조 뿐 아니라 통일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그렇게 되면 한국은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게 되고,이때 중국이나 일본이 그 표적이 될 수 있다.그래서 통일과정이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은 동북아 지역협력에 중대한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이 지역은 아직도 다자간 협력과 의사소통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통일은 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에 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특히 한·일간 투자자유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통일의 충격에 대한 일종의 완충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의 충격을 남한 혼자서 보다는 한·일 공동으로 흡수할 때 그 흡수능력이 배가되고 북한의 경제개발에도 유리하다.

자유무역을 포함한 한·일간 경제협력,그것이 통일한국과 일본간 경제협력으로 진전되고,또 여기에 중국까지 추가된다면 동북아 지역내 경제적·전략적 협력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경제회복]

▶베리 보즈워스 박사(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아시아 경제가 신속히 위기를 극복한 것을 보면 아시아국들이 경제위기의 원인을 장기적·구조적인 요인에서 찾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초기 극심한 불황과 그후의 놀라운 경제회복은 외환충격에 따른 수요위축,즉 국내소비와 투자위축·재고누증(累增) 등 종래의 경기순환론으로 상당부분 설명할 수 있다.

구조적 요인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 됐다고 파악했었기 때문에 다 들 아시아의 경제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놀라운 속도로 경제가 회복됐다.금융부문에서의 구조적 문제가 예상 만큼 경제성장을 제약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위기를 맞았던 아시아 경제들이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신속하게 금융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답보상태다.

1998년에 무역수지와 국제수지가 극적으로 개선된 것은 수출확대 보다는 급격한 수입축소에 따른 것이었다.그 결과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쌓았고,따라서 단기적 외환시장 공격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향후 아시아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미국경제가 앞으로도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그 핵심은 인프레 압력이다.

만약 물가상승 압력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미국은 활황(活況)을 지속할 것이고 현재의 정채기조를 유지할 것이다.그러나 만의 하나 물가상승 현상이 나타나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고,증시활황과 고성장은 끝나게 된다.

그 충격은 클 것이다.그동안 미국의 성장을 주도해 온 민간소비가 증시활황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고성장과 증시활황에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현재 증시를 주도하는 것은 시가총액의 10%를 차지하는 첨단 기술주다.문제는 이들 첨단 기술주가 높게 평가된 것 같다는 데 있다.

이들의 주가를 설명하려면 앞으로 수년동안 매년 15-20%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해야 한다.개별 기업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한 부문 전체가 그런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수년간 지속했던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첨단 기술주와 미국증시에도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박재규(朴在圭)통일부 장관 기조강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지난 6월13일 한반도 냉전의 두꺼운 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꼽고 싶다.▶회담을 통해 상대방을 신뢰·이해하게 됐고 ▶공동선언은 남북 최고 당국자가 분단사상 최초로 직접 서명한 문건이며 ▶金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했다는 것 등이다.

정상회담 이후 지난 석달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이 사라졌고 군사 당국자간 회담개최에 합의함으로써 본격적인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계기를 마련했다.

경제교류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협정등 남북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될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 넘쳐나는 평화와 화해·협력의 기운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되고 있다.우리는 ‘평화가 없는 협력’이나 ‘협력이 없는 평화’모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제사회의 협력이다.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물론 전세계가 한반도 냉전 종식과 평화 공존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적극 지지·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

[미국대선과 동북아]

▶베이츠 길 박사(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센터 소장)

이번 미 대통령 선거는 NMD(국가미사일방어체제)와 동북아에서의 동맹관계,중국·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NMD와 관련,만약 고어가 당선되면 기존의 ABM(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을 유지하는 가운데 NMD에 관해서도 유럽·일본 등과 조율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부시가 당선되면 NMD를 강력히 추진하면서,만일 러시아 등이 이에 협조적인 입장을 택하지 않으면 ABM조약 파기까지 고려할 것이다.그리고 NMD가 필요한 이유로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동맹관계에 관해,클린톤과 고어는 일본·중국간 외교적 균형유지에 촛점을 맞춰 왔다.또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여 온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수용하는 기조를 취해 왔다.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의 대(對)한반도정책 성공사례로 간주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동북아 안전을 지금보다는 동맹관계에 더 의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 같다.중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면서 특히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같은 이유로,북한에 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인내심을 덜 발휘할 것이다.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참고 기다리기 보다는 강경한 입장을 택할 것이다.따라서 한·미간 동맹관계에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고어 진영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극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중국·대만에 대해 일종의 등거리 외교를 전개할 것이다.

반면 부시 팀은 지금보다 강경한 입장을 택하고 대만과의 관계개선에 더 적극적일 것이다.대만의 민주화에 대한 지지와 무기공급을 더 공개적으로 할 것이다.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선거운동 기간중 표방하는 정책과 당선된 후 실제로 추진하는 정책간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부시가 되더라도 극적인 정책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고어에 비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중국에 대해 관용심을 덜 발휘할 것은 분명하다.

▶왕지시(王緝恩)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장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워싱턴의 동북아시아 정책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될 것이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민주·공화당 사이에는 몇가지 이슈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우선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와 관련,고어는 정책추진에 앞서 이 문제를 면밀히 재검토 할 것이고 부시는 이를 무조건 밀어 부치려 할 것이다.

또 중국 문제와 관련,부시는 한·일의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전략적 접근을 꾀할 것이다.반면 고어는 인권,종교,노동,환경문제를 중시할 것이다.

21세기의 바람직한 미·중 관계를 위해서는 미국의 새 행정부는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를 좀더 적극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중 관계 발전을 위해 분야별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베이징(北京)-워싱턴간 고위 협의 정례화 ▶정·경 분리 처리 ▶언론의 미·중 간 부정적인 측면 보다 긍정적 분야 교류확대 ▶향후 2-3년내 대만문제의 원만한 해결 ▶한·일을 비롯한 아태지역에 대한 안정적 정치·경제 매카니즘창출 등이다

정리=김정수 전문위원·최원기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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