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상승 원인 둘러싸고 네탓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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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원유가 상승의 원인을 둘러싸고 '네 탓' 공방이 치열하다.

선진국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수요에 비해 원유를 적게 생산하는 것이 문제" 라고 공격하며, OPEC 의장국인 베네수엘라 등은 "선진국들이 유류세를 너무 많이 매기기 때문" 이라고 반발한다.

OPEC 내부에서도 각자 사정에 따라 증산을 많이 해야 하느니, 적게 해야 하느니 하며 대립하고 있다.

◇ 선진국과 OPEC의 공방〓미국.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은 유가가 크게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각종 외교 채널을 통해 OPEC에 증산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산유국들이 증산을 기피, 고유가를 방치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 주장한다.

반면 OPEC내 강경파인 베네수엘라.이란 등은 "일부 선진국들은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해서 버는 것의 3배를 세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고 비난하면서 선진국의 재고관리 실패 등을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 OPEC 내부 갈등〓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파는 1백만배럴 이상 증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경파는 지난 6월 합의한 유가 밴드제에 따라 50만배럴만 증산해야 한다고 주장,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사우디.쿠웨이트 등은 추가 생산 여력이 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대부분 생산 설비를 완전 가동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폭 증산을 결정할 경우 사우디 등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은 석유판매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소비자와 정부간 갈등〓프랑스.영국.스페인 등 EU지역 소비자들은 유가 인상에 항의, 시위.시설봉쇄 등을 통해 자국 정부에 유류세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휘발유의 최종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이 77%로 가장 높고, 프랑스.독일 등도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경우 운송 노조와 농민들이 석유 저장소의 출입을 봉쇄해 전국의 유류 유통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 정부가 노조와 긴급 협상을 갖고 유류세를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탈리아 등도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거나 검토중이다.

◇ 업자들의 재고 기피〓국제 원유시장에서 현물이 선물(先物)에 비해 비싸진 것도 유가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통의 경우라면 보관비가 드는 현물이 선물보다 싸야 하지만 최근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자들이 현물 원유를 재고로 갖고 있기 보다 선물 사두기를 선호, 민간 부문의 원유 재고가 급감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분석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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