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획득 유력 종목에 '과학'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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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내 '스포츠 과학' 이 시드니올림픽에서 열매를 맺게 될까.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연택) 부설 체육과학연구원은 요즘 올림픽 선수단만큼이나 초조하다. 올림픽 메달 수에 따라 지난 2년간에 걸친 뒷바라지의 명암이 갈리기 때문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올림픽을 앞두고 전문 체육팀을 따로 꾸려 레슬링.태권도.탁구 등 메달 획득이 유력한 종목에 12명의 연구원을 전담 배치하는 등 공을 들였다.

출전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진에까지 체력 훈련.심리 훈련.전술 분석 등 모두 1백63회에 이르는 과학적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 경기력 향상을 꾀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림픽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레슬링 대표 코치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손상필(69㎏급)이 경기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에 시달려 고심해 왔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정밀 진단 결과, 손상필은 산소 섭취 능력과 피로 회복 속도가 다른 선수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기초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상시 훈련 강도보다 40~50% 낮은 수준의 훈련을 장시간에 걸쳐 꾸준히 실시했다.

약 12주가 지나자 점차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올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보였다.

태권도 선수들의 경우 심리적 압박감이 어느 종목보다 컸다.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올림픽에서 종주국으로서 4체급을 모두 휩쓸어야 한다는 주위의 지나친 기대와 국제 경험이 적어 자신감이 약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치진과 선수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반복 훈련을 한 결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이종각 수석연구원은 "경험만 믿기보다는 종목마다 요구되는 체력요인을 분석해 이를 실제 훈련과 연계시켰다" 며 "과학적인 훈련을 잘 따라와준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내리라 믿는다" 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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