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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슈퍼칩 개발 경쟁 숨가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은 아주 적게-' .

최근 미국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슈퍼칩' 의 특성이다.

이동전화.초소형 컴퓨터.휴대용 인터넷 단말기 등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핵심 부품인 초고성능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 개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세미코 리서치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백70억달러에서 올해에는 3백46억달러로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슈퍼칩 개발 경쟁은 올초 신생 벤처기업인 트랜스메타사가 '크루소(crusoe)' 칩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전력 소모량이 기존 칩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크루소는 출시 6개월 만에 미국.일본 등의 주요 PC업체에 납품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크루소의 갑작스런 공격에 자극받은 세계 최대의 칩 생산업체 인텔은 지난 달 저전력소모 설계 시스템을 채택한 'X스케일' 칩을 공개했다. 기존 칩보다 훨씬 적은 1.6W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최대 1㎓의 처리 속도를 낸다.

인텔 무선사업 부문의 론 스미스 부사장은 "연말께 X스케일을 장착한 노트북.인터넷 접속 단말기가 출시되면 크루소 칩을 사용한 제품과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게 될 것" 이라며 "X스케일보다 처리속도를 월등히 향상시킨 칩도 개발 중" 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독자적인 칩 생산을 선언하고 1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솔로2' 라는 암호명으로 개발 중인 신형 칩은 올 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기가 인포메이션 그룹의 애널리스트 롭 앤더르는 "고성능 칩을 누가 먼저 생산하느냐에 따라 인텔(82%).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6%) 등이 휩쓸고 있는 칩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뀔 것" 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도 얼마 전 가동이 중단된 스코틀랜드의 공장을 인수, '디지털 DNA 테크놀로지'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이동전화용 칩을 대량 생산키로 했다.

기업들에 뒤질세라 대학들도 풍부한 기초 연구인력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로체스터대 연구팀에 3백만달러의 포상금을 내걸고 고성능 칩 개발 프로젝트를 맡겼다.

IBM과 공동작업에 들어간 연구팀은 전력 소모량을 기존 제품의 10% 수준으로 줄이고 처리속도는 1천%까지 향상시킨 칩을 2003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팀 리더인 데이비드 알보네시 교수는 "회로 설계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 이라며 "인텔.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 등 메이저 칩 생산업체들보다 앞서 개발하겠다" 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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