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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통일부장관 김위원장 기습 면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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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측 수석대표인 박재규 통일부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예방은 '깜짝 의전(儀典)' 으로 이뤄졌다.

만남 자체가 극비에 부쳐져 북한 중앙통신이 1일 낮 12시쯤 공식 보도를 하고서야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측 요청 때문에 말을 못했다" 고 털어놨다.

회담 일정이 하루 연장된 터라 시간을 내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도 전할 겸 만난 것이란 설명이다.

6월 평양 정상회담 때 순안공항 영접처럼 金위원장의 일정 공개에 북측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해 사전 예측이 어렵다는 것. 하지만 절차를 놓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그렇지만 회담이 군사문제 포함 여부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金위원장을 찾아간 것은 朴장관이 스스로 장관급 회담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당국회담의 수석대표가 회담장을 벗어나 함경도 지역까지 야간열차를 타고간 데 대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9일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자신이 묵고 있던 원산초대소를 찾아온 金위원장을 만났다.

6월 재미 한국계 언론인 문명자(文明子)씨의 원산초대소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장관급 회담의 성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1일 '고위인사' 면담이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결정되자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뒤늦게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편 남북은 공동보도문 협의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 외에 3차회담 장소를 두고 이견을 절충하느라 승강이를 벌였다.

북측이 느닷없이 제3의 장소를 제안해 막판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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