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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 D-13] 체조 사상 첫 금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아직까지 한번도 금메달을 따보지 못했잖아요. 이번에도 장담은 못하겠어요. "

국가대표 체조대표팀 이영택 감독은 요즘 말을 무척 아낀다. 주변에선 한국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이 기대된다며 잔뜩 부풀어 있지만 한번의 실수가 메달 색깔을 좌우하는 체조 종목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유옥렬이 그랬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땐 여홍철이 그랬다. 금메달을 수근거렸지만 아쉬운 은.동메달에 그쳤었다. 그래서 이감독은 요즘 체중이 빠진다.

걱정이 늘어서다. 2주새 2㎏이 빠졌다. 잠도 하루 4~5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감독과 달리 선수들은 여유가 있다. 우선 고된 훈련으로 몸이 피곤하다 보니 잠도 잘 자고 식사도 잘 한다. 훈련 중 당한 부상으로 한 두곳씩은 결리지만 올림픽 전까지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선수들도 긴장은 된다. 평행봉 금메달 기대주 이주형은 올림픽 3수(修)째고 애틀랜타 뜀틀(도마)종목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은 백전노장이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떨린다.

그런 중압감이 심해질 때마다 선수들은 마인드 컨트롤에 매달린다.

"문제는 착지예요. 올림픽 8강에 올라올 정도의 실력이면 일단 메달권이라고 봐야 되거든요. "

지난해 10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얘기가 나오자 이감독은 활기를 띤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전세계 체조 강자들이 모두 출전한 평행봉에서 이주형은 가장 어렵다는 슈퍼 E난도 '모리스 파이크' 를 매끄럽게 구사하며 우승했다.

두 다리를 편 채 뒤로 두바퀴 회전하는 모리스 파이크는 세계적으로 3~4명만 구사할 정도의 난기술이다.

체조계가 '이번에야말로' 를 외치며 흥분한 이유다. 이주형은 철봉에서도 7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줬다. 뜀틀에서는 여홍철이 믿음직스럽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자기 이름을 딴 기술( '여1' '여2' )을 가지고 있는 여홍철은 주요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바람에 세계랭킹이 13위까지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높고 멀리 뛰는 힘찬 도약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평행봉에서 이주형의 경쟁 상대인 러시아의 크루코프가 아킬레스건을 다쳐 제 컨디션이 아니고, '철봉 1인자' 인 스페인의 카바요도 무릎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소식도 체조팀을 설레게 한다.

금메달을 딴 뒤 마시기로 하고 4년째 금주(禁酒) 중이라는 이감독은 "이주형.여홍철 가운데 한명만 실수를 안한다면 금메달 1개는 가능하다" 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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