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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사람 보면 그냥 못넘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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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위 분들 덕에 자리를 잡았으니 보답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하는 일인데 소문이 나 쑥스럽기만 하네요."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중화요리점 '이중본'을 운영하는 이철재(51)씨와 부인 김연님(49)씨는 '가슴 뜨거운 부부'다.

이씨는 최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며 모교인 전주대에 500만원을 쾌척했다. 이보다 며칠 전에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다니는 은화학교에 50만원을 내놨다.

그는 올 초에 친구의 딸(22)이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학업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를 듣고 200여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부인 김씨 또한 형편이 딱한 사람을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에 친구의 남편이 농기계 사고로 숨지자 아들 학비에 보태라며 혼자 된 친구에게 500만원을 희사했다.

3년 전에는 자신의 음식점 주방 아주머니의 아들이 암에 걸리자 수술비 전액은 물론 2년 동안 치료비를 대줬다.

그녀는 특히 아르바이트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음식점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대학생들이 학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거나 해외연수를 간다는 얘기가 들으면 100만~200만원씩을 챙겨 주곤 한다.

이씨 부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존심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7남매의 장남으로, 아내는 8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보릿고개 등 힘들었던 시절을 겪어 봤죠.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운 적도 많고, 중학생이 될 때까지 운동화 한번 신어 보지 못했어요."

남편 이씨는 어려운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 성공하면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다지곤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20여년 전 중화요리점을 시작, 현재는 종업원이 20여명이나 된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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