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중국 수산물] 下. 유통관리 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중국산 '납 꽃게' 파동으로 꽃게 시장과 음식점이 폐업상태에 이르고, 어민들은 조업 포기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뒤늦게 금속탐지기를 들고 소매시장을 '헤매는' 웃지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 수산물 검역이 허술한데다 유통체계마저 엉망이어서 일부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장으로 사태가 파급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유통상의 문제는 수입 수산물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고 원산지 표시도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구분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 난맥 유통구조=중국산 납꽃게.납복어는 이미 시중에 널리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수입품이 어디서 팔리고 있는지 몰라 전국의 모든 시장을 뒤져야 할 형편이다.

수산물 수입업자 대다수는 한번에 한 컨테이너씩 들여오는 영세 규모. 이들이 수입한 수산물은 서울 가락동시장 등 공식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도매인.백화점.재래시장 등으로 팔려 나간다.

수입업자조차도 자신들이 판 수산물이 어디서 팔리는지 몰라 문제가 될 경우에도 자진 수거해 폐기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이때문에 특히 정밀검사 결과 확인 전에 수입신고필증을 내줄 수 있게 돼있는 활어와 패류가 유통 후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면 업자들이 다른 수입품으로 폐기물량을 채우기도 한다.

◇ 원산지 표시 위반=사정이 이런데도 원산지 표시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산물의 원산지표시 위반 적발은 9백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백53건)보다 27% 증가했다.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8백66건이었고, 72건은 원산지를 속여 판 것이었다.

이같이 원산지표시 위반이 증가한 것은 수입 수산물이 국산에 비해 값이 훨씬 싸 국산으로 속여 팔 경우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은 국산과 구별이 안돼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경우가 많다.

◇ 대책=부경대 장영수(張瑛秀)교수는 "수입 수산물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단일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며 "원산지.조업일자.어장.수입업자 등을 명시하는 유통 실명제를 확립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로 단속권이 넘어간 후 유통질서가 더욱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