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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독립결정 1년…건국준비 순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동티모르가 30일로 독립 결정 1주년을 맞았다.

인도네시아 강제 점령에 맞서 20여년간 독립투쟁을 해 온 동티모르는 지난해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독립을 결정하고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았다.

초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민족저항평의회(CNRT)의장은 "매우 감동적인 기간" 이란 한마디로 지난 1년을 정의했다.

맨손 상태에서 나라 기본골격을 이 정도나마 갖춰놓은 지난 1년의 세월을 감동 없이는 회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일 수도 딜리에서 열린 '독립투표 1주년 기념행사' 엔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과 톰 허킨 미 상원의원,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부인 그라샤 마셸 여사 등 1만5천여 외빈이 참석해 조만간 독립국가로 탄생할 동티모르를 축하했다.

동티모르 유엔과도행정기구(UNTAET)의 세르기오 비에이라 드 멜로 수반도 "동티모르 건국사는 현대사에 기록될 인상적인 드라마" 라고 격찬했다.

동티모르의 '나라 만들기' 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구스마오 등 동티모르 지도자들이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 옵서버로 참가해 국제외교무대에도 첫선을 보였다.

예정대로라면 헌법 제정과 총선거를 거쳐 늦어도 2002년 상반기 중엔 유엔 과도행정기구로부터 주권을 이양받고 새 정부 수립을 선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80만 동티모르인들은 16세기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 이후 4백80여년 만에 처음으로 독립국가 시민이 된다.

그러나 불안요소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나날이 집요해지고 있는 친(親)인도네시아 민병대의 공격과 테러 탓이다.

평화유지군 대변인인 브린자르 니모 중령은 30일 "기념식을 하루 앞둔 29일에도 딜리에서 서남쪽으로 75㎞ 떨어진 말리아나 지역에서 호주군과 민병대간 교전이 발생했다" 면서 "이날 교전은 최근 두달간 발생한 아홉 번의 교전 가운데 가장 치열한 전투였다" 고 설명했다.

지난 7월에는 민병대와 교전으로 뉴질랜드 군인이 사망하고, 이달초에는 네팔군이 피살되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간인 테러다. 드 멜로 수반은 "민병대가 동.서티모르 국경지대와 서티모르 지역에 몰려 있는 동티모르 난민들을 테러 목표물로 삼으려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 우려했다.

민병대는 이미 80~1백20명 정예요원들을 동티모르에 잠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UNTAET에 이들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인도네시아군의 민병대 지원도 여전하다. UNTAET는 인도네시아군이 민병대에 군수와 병참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평화유지군의 각오는 대단하다. 니모 중령은 "1일부터 포르투갈군을 내륙지역에 투입한다.

헬기와 특수수색대를 통한 압박도 한층 강화하겠다.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이라고 다짐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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