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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리스트 4000여명 입국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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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한국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함에 따라 정부는 재외공관 등 정부 주요 시설에 대한 특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3일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원들이 미 대사관 주변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에도 '알카에다의 테러'비상이 걸렸다.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지난 1일 방송을 통해 전 세계 이슬람 젊은이들에게 미국.영국은 물론 한국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9.11사태의 주범인 알카에다가 한국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도 긴박하게 대응했다. 2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하는 한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명의로 129개 재외공관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테러사태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도 국회와 정부중앙청사 등 전국 주요 시설물 234개소에 경찰 5300명을 배치하는 등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법무부는 국제 테러용의자를 비롯, 주요 테러단체 조직원 4000여명에 대해 '반영구'입국 금지조치를 취했다. 특히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은 전국 공항과 항만에 중동국가 여권 소지자들을 상대로 구체적 입국 목적 등을 철저히 확인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이준규 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장은 3일 언론브리핑에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관계 부처별로 당분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경계태세를 '그린(green.정상)'에서 '앰버(amber.호박(琥珀).군사용어로 긴장)'로 한 단계 격상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군 관계자는 "어떻게든 제2, 제3의 김선일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게 자이툰 부대와 주이라크 대사관의 지상 명제"라고 했다.

***자이툰 경계태세 격상

◆알카에다, "한국도 공격 대상"=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지난 1일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알자와히리로 추정되는 인물의 육성 메시지가 담긴 녹음 테이프를 방송했다. 그는 한국이란 단어를 두 번 썼다. "이슬람 젊은이들이여, 우리는 십자군을 자처하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이스라엘.한국.호주.폴란드 군대가 이집트와 아라비아 반도를 침공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며 "세계 곳곳에 미국.영국.호주.노르웨이.한국, 그리고 일본의 소유물이 있다. 이들 국가의 이익시설을 공격하라"고 했다. "더 기다리지 말라. 지금 저항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슬람 국가는 하나씩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2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알자와히리라고 결론내렸다"고 보도했다.

◆정부, "만반의 준비 갖추겠다"=정부는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동영 NSC 상임위원장 주재로 긴급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후 외교부는 반기문 장관 명의로 모든 재외공관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공관 시설물 경계.보완을 더욱 철저히 하고▶항공기.선박 등 한국 기업 관련 시설물.재산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며▶교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이 테러의 표적으로 꼽히고 있지만 재외공관이나 교민 보호에 대한 방비책은 허술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준규 영사국장은 "재외공관 테러위협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너무 엉성해 빨리 보강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주재 우리 대사관에는 방탄차 지급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공관 가운데 방탄차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한국대사관뿐이라는 얘기다.

3일 오후엔 최영진 외교부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테러대책반이 본격 가동됐다. 당초 4일부터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자 부랴부랴 관련 실.국장들을 모두 소집했다. 4일엔 16개 관계부처 국장급이 참여하는 테러대책 실무협의회를 긴급 소집하고, 총리가 주재하는 테러대책위 전체회의도 이번주 중 개최키로 했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도 자이툰 부대의 경계태세를 한 단계 올렸다. 자이툰 부대의 경계태세는 상황에 따라 그린→앰버→레드(위협)→블랙(위급) 등으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자이툰 부대는 당분간 부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임무 위주로 활동하고 영외활동은 자제키로 했다. 국내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707 특수임무부대 등 특전사 부대와 화생방 방호사령부 등 대테러부대의 즉각 출동대기 태세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경찰도 이슬람권 국가 출신의 국내 거주자 8만여명에 대한 동향감시는 물론 총포.화약을 다루는 국내 업소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영국대사관 등 주한 외국공관에 대한 경계도 더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

***주한미군 야간 통금령

◆주한미군도 민감한 반응=주한미군도 평상시보다 격상된 경계조치인 '브라보 플러스'를 발동한 가운데 장병과 그 가족, 군무원들에게 오후 9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또 관련 시설 주변에 도로 차단물과 장갑차를 추가 배치했다. 노르웨이도 테러경계 단계를 한 단계 올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이 호주의 외교정책을 결코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일 '한국 정부도 최근 한국을 표적으로 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받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첩보 수준의 정보는 늘 있지만 신빙성 있는 정보는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민석.박신홍.김승현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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