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못잖은 만만디 발로 뛰니 시장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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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도를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쳐요. 여기서 사업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부나 기업이나 의사결정이 느려요. 또 행정규제가 많고 절차도 복잡합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손발이 맞지 않을 때도 적지 않죠. 하지만 이게 사업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광로 LG전자 법인장(부사장.사진)의 인도사업론은 언뜻 역설로 들렸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인도에서 TV 제품의 주류는 아직 20인치대 초반이고, 냉장고도 소형 제품이 많이 팔립니다. 선진국처럼 엄청난 기술력이 요구되는 시장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기술장벽이 높지 않아 이런 사업상의 어려움은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에겐 되레 울타리가 되기도 합니다."

곧 두꺼운 진입장벽을 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김 법인장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었다"고 말했다. LG가 소니.파나소닉 같은 쟁쟁한 일본 기업을 인도시장에서 따돌린 비결이다.

"일본 기업들은 인도를 '오지'쯤으로 생각합니다. 일본 상사원도 근무 연한만 채우면 자동으로 떠나요. 시장 공략도 현지 유통업자에게 맡깁니다. 우리는 인도 전역을 샅샅이 훑고 다니며 고객을 만들었지요."

유럽 등에서 20년 이상 주재원 생활을 해 온 김 법인장은 인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매력이 있는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아직도 TV 등 주요 가전의 보급률이 20%선에 그쳐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고 한다.

LG는 최근 휴대전화 시장의 석권도 노리고 있다. 현재 CDMA 방식의 휴대전화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GSM(유럽형 이동통신)을 포함한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아직 노키아 등에 밀리고 있다.

뉴델리=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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