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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변동환율제 점진적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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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고유가 및 빈국의 부채탕감 방안 등을 논의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2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개막됐다.

하루 전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고유가가 더 화급한 이슈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중국의 환율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측의 원론적인 답변만 듣는 데 그쳤다. G7 장관들이 성명서의 상당 부분을 유가 안정에 할애하며 애를 썼지만 이날 국제 유가는 1983년 원유 선물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종가 기준)를 넘어섰다.

◆ 중국의 의미 없는 대답=이번 G7 재무장관회의에는 중국이 처음으로 초청됐다. 이는 확대일로의 중국 경제력을 반영하는 동시에 95년부터 유지해 오고 있는 중국의 고정환율제(달러당 8.28위안)를 폐지하라는 압박의 뜻도 담고 있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달러화에 고정된 위안화 환율을 가능한 한 빨리 허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업계는 중국 위안화가 실제 가치보다 최소 40%가량 낮게 평가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재무장관 회담에 앞서 열린 미.중 양자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 측에 "앞으로 시장에 바탕을 둔 변동환율제로 가기 위해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변동환율제 도입의 핵심은 시한인데, 이번에도 중국은 언제까지 시행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자꾸 시간을 벌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명보(明報)는 3일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 총재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위안화 환율 제도를 바꿀 계획은 없다"며 "지난해 16대 인민대회에서 결정했듯 지속적으로 외환 자유화 등을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 부채탕감 결실 보나=IMF 총회 참석자들은 최빈국에 대해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이 제공한 차관을 적극 탕감해 주자는 영국의 제안과 이라크의 120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대폭 덜어주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영국은 30여개의 최빈국이 국제금융기관에서 빌린 부채의 10%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밝혔으며 프랑스.캐나다 등이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스노 재무장관과 독일 한스 아이켈 재무장관은 2일 IMF 총회장에서 따로 만나 이라크 부채탕감 방안을 논의했다. 이라크 부채문제에 대해서는 즉각 90~95%까지 삭감해주자는 미국과 영국 측 안과 우선 절반만 깎아주자는 프랑스 안(독일도 지지)이 맞서고 있다.

◆ 힘 못쓰는 유가안정 노력=G7 장관들은 성명서를 통해 산유국에 적절한 석유공급을 요구하는 동시에 소비국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석유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제에너지기구(IEA)엔 관련 자료의 투명성을 높일 것도 권고했다. 스노 미 재무장관은 "(적정가격에서 벗어나 있는) 유가가 이른 시일 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유가가 지정학적 요인 등을 내세워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1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분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48센트(1%) 오른 50.12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50달러 선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역시 런던 국제석유시장에서 24센트(0.5%) 상승한 46.62달러로 역시 최고치에 도달했다. G7 장관들은 그러나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진단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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