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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이어 곡물값도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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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원자재 등 상품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중국·인도 같은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재 값 상승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국제적인 경기 부양 공조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옥수수 가격(3월 인도분)은 부셸(25.4㎏)당 4.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말보다 29% 오른 가격이다. 국제 쌀값의 기준이 되는 태국의 쌀 가격도 같은 기간 10%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올해 태국 쌀 수출 가격이 t당 1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일부 국가의 식량 가격 폭등 때의 가격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는 셈이다.

슬금슬금 오르던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을 훌쩍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해 8월 말 배럴당 69달러였으나 지난 8일 배럴당 82.85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9월 배럴당 65달러까지 내려갔던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런던거래소의 금값은 온스당 1137달러를 기록해 4개월 만에 18% 상승했다. 골드먼삭스의 짐 오닐 국제경제조사국장은 “상품 가격 상승은 신흥국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수요 증가는 앞으로 선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물가 인상이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피로스 안드레오풀로스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을 염두에 둔 금리 인상 움직임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 대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조 위안으로 추정되는 대출 규모를 7조~8조 위안에서 묶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발표되면서 당장은 대출 규제지만, 앞으로 중국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가 덜했던 호주의 중앙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올렸다.

또 다른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적 곡물 업체인 몬산토의 휴 그랜드 회장은 “그동안 불황이 식량 위기를 가리고 있었다”며 “식량 위기가 다시 표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아시아 지역의 식량 소비가 40년 내에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면서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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