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진씨 고희 기념 '재즈축제'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다음달 5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릴 '최세진과 함께 하는 코리언 올스타 2000' . 이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재즈 뮤지션을 비롯해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이 총 출연하는 대규모 재즈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즈뮤지션들이 다 모이게 된 사연은 재즈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같은 날 고희(古稀)를 맞는 재즈 드러머 최세진씨의 음악인생을 되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씨는 평소 고희가 되면 그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동료.후배 뮤지션들과 작은 연주회를 열고 싶어했다. 물론 그가 생각한 공간은 아담한 재즈클럽이었다.

53년간 재즈와 함께 해온 그로서 아주 자연스러은 바람이었다. 이를 전해 들은 후배들이 클럽보다는 공연장에서 모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얘기가 오가는 중에 출연진과 장소의 규모가 자꾸 커지면서 아예 80명에 달하는 재즈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아들.딸.손주들 절 받는 일보다야 훨씬 좋지요. 본의 아니게 일이 커져 당혹스럽고, 아들.딸들도 그게 뭐냐며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지만…. 이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에요. "

늦은 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재즈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 에서 만난 최씨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눈부시도록 하얀 셔츠에 자주색 스카프, 반듯한 턱시도를 차려입은 그는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다섯명의 후배 연주자들과 무대에서 신명나는 연주를 펼쳤다. 흥에 겨운듯 만면에 미소를 띄운채 드럼을 두드리는 그에게 재즈의 의미를 묻는 것은 아무래도 우문이 될 것 같아 그만 뒀다.

그는 "무대에 오르면 신바람만 나고 나이를 안먹는 것 같은데, 무대에서 몇발자국만 떨어지면 몸이 슬금슬금 아파오기 시작한다" 고 덧붙였다. 아직도 그는 주말이면 대학로와 이대 후문.강남의 재즈클럽 무대에 서고 있다.

1947년 가수 김정구씨에게 발탁돼 박춘석 악단을 거친 그는 길옥윤.정성조 등의 동료들과 한국재즈협회를 발족시켰다. 재즈를 사랑했던 건축가 고 김수근씨와 뜻이 맞아 공간사랑에서 자선 재즈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엔 김수열.최선배.정성조.신관웅.박성연.류복성.이정식 등 한국 재즈 1세대들이 모두 출연한다. 양준호.정말로.웅산.김현정 등 그의 제자와 후배도 함께 무대에 선다.

세대차를 뛰어넘어 재즈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된 이들의 뜨거운 무대가 기다려진다. 02-514-3689.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