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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옮기는 바이러스 추울수록 활동성 강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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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과거 발생 사례를 보면 모두 봄철에 시작됐기 때문이다. 2000년엔 3∼4월, 2002년엔 5∼6월에 구제역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구제역은 오히려 겨울에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세균(박테리아)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추위에 약한 세균과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맹추위에 제 세상을 만난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활발해진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나 유행성 독감 바이러스가 겨울에 극성을 부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오히려 6월 이후 기온이 올라가면 점차 힘을 잃는다. 서울대 수의대 박봉균 교수는 “요즘은 구제역 바이러스에겐 최고의 시기지만 방역을 하는 데는 최악의 조건이어서 심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구제역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다. 2000년과 2002년 발생 당시엔 몽골·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를 통해 실려 왔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황사 탓을 하기 힘들게 됐다.


구제역은 호흡, 침, 배설물, 생식행위,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바람을 타고 수십㎞를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제역은 가축과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현재까지 사람에게 구제역이 옮겨진 사례는 없다.

박봉균 교수는 “일반인들이 구제역에 걸릴 가능성은 없지만 가축을 자주 만지는 축산 종사자들은 조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축산 종사자들은 가축을 만지기 전후에 샤워를 하는 등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한다.

사람이 감염된 고기를 먹더라도 구제역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 증상이 있는 소는 도축 전 검사 과정에서 걸러지고 유통되더라도 2∼3일간 숙성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으로 소·돼지 고기는 익혀 먹기 때문에 안전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간 가열하면 사멸한다.

서울대 수의대 박재학(공중보건학) 교수는 “일반인이 구제역에 걸린 사례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단 한 건도 없다”며 “구제역이 유행해도 소·돼지 고기의 섭취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구제역 발생 지역 방역은

▶위험지역(반경 3㎞ 이내)

-반경 500m 이내 우제류 가축 살처분
-자연교배·인공수정 금지
-사료·가축분뇨·음식물쓰레기 반출 금지

▶경계지역(반경 3~10㎞)

-우제류 가축 농장 밖 이동 금지
-도축장 폐쇄, 사료·가축분뇨는 소독 후 반출

▶관리지역(반경 10~20㎞)

-가축 시장 폐쇄
-이 지역에서 도축장에 나온 가축에 대한 검사 강화
-가축방역관이 주기적으로 가축 점검

구제역 언제 발견해 어떻게 대응했나

-1월 2일: 경기도 포천 젖소 농장에서 2마리 의심 신고.
간이 검사 결과 음성 판명.

-1월 6일: 증상 심해져 경기도 제2청이 재검사.
구제역 의심돼 농림수산식품부에 신고.

-1월 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의심증세 11마리 중 6마리 확진.
해당 농장 젖소 185마리 전부 살처분.
반경 500m 내 다른 농장 6곳의 젖소·돼지 등 2000마리 살처분 지시.
반경 10㎞ 이내 외부인·차량 출입 통제.

자료 : 농림수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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