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잇따른 국회의원 보좌관 비리 싹을 잘라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국회의원 보좌관 4명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건설사의 대출금 만기 연장을 청탁받고 8000만원의 뇌물을 나눠 받은 혐의다. 이들이 보좌하는 의원은 기획재정위·정무위 소속이다. 은행 등 금융권을 다루는 ‘알짜’ 상임위다. 은행 측은 대출만기를 연장해줬다고 한다. 이젠 보좌관들이 직접 이권에 개입했다니 가뜩이나 얼룩진 ‘의정(議政) 왜곡’의 리스트에 새 항목이 추가된 셈이다.

우려를 더하게 만드는 이유는 의원 보좌관들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그들은 입법·정책·지역구 활동 등에서 의원들의 활동을 전적으로 뒷받침한다. 의정이라는 본류를 이루는 지천(支川)이 바로 보좌관들인 구도다. 초선 의원들이 17대 187명(62.5%), 18대 134명(44.8%)으로 급증하면서 의원들이 이들에게 의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요 정무직에 이들이 진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보좌관 출신인 이광재·안희정씨는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다. 당시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장·대변인·부속실장 등이 보좌관 출신으로 채워졌다. 후보 시절부터 보좌관들의 실용적 능력을 주목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총리실 국무차장 등 주요직에 보좌진 출신들이 도약해 있다. 정치 인재의 충원 채널로 자리 매김된 것이다.

그러나 보좌관 충원의 검증과 윤리 교육 시스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알음알음 주변의 천거와 이력서만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의원들의 당락(當落)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다 보니 각종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보좌진 윤리 교육은 전무하다.

국회는 이번 사건을 보좌진 교육과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보좌관협의회도 일부의 문제라고 넘길 게 아니다. 다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정 노력을 시작해 재발의 싹을 잘라야 한다. 지천이 오염되면 본류가 망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