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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체질 버리지 못한 JAL 10년 새 네 번째 ‘링거’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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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12월 31일 도쿄 모처에서 열린 일본항공(JAL) 자금지원 긴급회의. 정부 당국자와 채권단이 참석한 이 자리에선 JAL의 파산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자금지원이 결정됐지만, 간 나오토 당시 부총리는 “더 이상 국민세금으로 JAL을 구명할 수 없다”는 강경론을 펼쳤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영 항공사로 출발한 JAL은 한때 매출액 세계 3위를 기록한 일본 하늘의 ‘자존심’. 하지만 일본 정부와 채권단이 지원을 주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1년 이후 정부로부터 세 번이나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JAL의 추락 원인으로는 공기업적인 방만경영이 꼽힌다. JAL은 1987년 민영화 후에도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컨대 JAL의 부사장 자리는 관료가 맡아온 낙하산 자리다. 운항 노선 결정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외국 항공사 점유율 제한과 저가항공 출범 규제 등 정책적인 특혜 덕분에 JAL은 계속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정부의 우산 속에 안주한 나머지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잃었던 셈이다. JAL이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대형 여객기를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게 대표 사례다.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하다. 이 때문에 신기종 여객기의 도입도 경쟁사들에 비해 지연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난립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JAL에는 JAL노조를 비롯해 기장조합·승무원조합 등 무려 8개의 노조가 있다. 노조가 많다 보니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업회생지원기구를 통해 3000억 엔을 출자하고 채권단에 3000억 엔의 대출금을 탕감하도록 요청했다. 직원 1만 명 정도를 줄이는 구조조정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채산성이 떨어지는 국내외 노선 45~50개를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네 번째 지원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 피터 하비슨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큰 문제는 JAL에 대한 일본 정부의 도를 넘어선 지원”이라며 “가장 좋은 해결책은 JAL이 경쟁체제에서 살아남도록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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