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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중·일 싸움터된 페루자사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여기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구단의 사이트다. 한.중.일 3국의 감정 싸움 장소가 아니다."

최근 안정환.마밍위(중국)를 영입한 페루자의 공식 웹사이트가 한.중.일 축구팬의 저질 싸움판으로 변하고 있다.

나카타(일본.AS 로마)가 거쳐간 페루자에 이들이 가세하며 사이트의 게시판은 자국 선수를 칭찬하는 축구팬의 글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자국 선수에 대한 홍보가 점차 상호 비방으로 변질되며 현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의 축구 맹주" 라는 한국팬의 글에 중국팬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착각하지 마라, 마밍위가 안정환.나카타의 콧대를 납작하게 할 것" 이라고 응수했다.

특히 양국 팬의 대립은 지난달 한.중전에서 한국 응원단 폭행사건으로 더욱 촉발되는 양상이다.

"축구 실력은 형편없는 중국이 훌리건만 설치느냐" 는 글은 중국 팬들을 흥분시켰다.

"나카타가 아시아 최고의 선수" 라는 일본 팬의 글에 일부 중국 팬들은 "입닥쳐라. 너희가 2차대전 때 저지른 만행을 상기하라"며 역사적인 앙금까지 들먹인다.

한 일본 팬은 "일본이 한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한국이 제대로 월드컵이나 치르겠느냐" 는 엉뚱한 글도 올렸다.

게시판뿐 아니라 포토 갤러리도 한.중 축구팬이 올려 놓은 안정환.마밍위의 사진들로 도배돼 있다.

한 현지 팬은 "축구를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축구 문화부터 배워라" 며 따끔한 일침을 놨다.

빗나간 선수 사랑이나 '나라 사랑' 으로 잘못 채색된 상대 비방은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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