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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맛집 ⑭ 대통령 며느리도 제 제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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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교의 역사는 약 128년. 1882년 임오군란으로 청나라가 4천500명의 군대를 파견하자 함께 따라온 상인들이 수표동, 남대문 일대에 점포를 열었고, 1883년에는 인천항의 개항으로 청나라 관원, 상인, 노동자들이 넘쳐났다. 이들을 상대로 한 요식업과 숙박업이 급성장한 것은 당연지사. 현재 서울 연희동과 연남동 일대는 3500명 정도의 화교들이 살고 있다.

홍대입구역에서 연희동까지 300m에 이르는 길은 한국 속의 중국 ‘리틀 차이나타운’으로 중화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수많은 음식점 가운데 맛집을 선택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그래도 4명의 대통령을 단골로 맞을 정도면 충분한 맛집 아닐까?

대통령 며느리들이 제자로 들어와

“전두환 전 대통령님께서 가장 오래된 단골이시죠. 주말에 배드민턴이 끝나면 종종 들르시고, 자택에서 파티를 하실 때도 제가 직접 가서 요리를 해드리곤 했어요.” 중화요리 전문점 ‘향원’의 이향방 대표(64)는 명인 중의 명인. TV출연부터, 대학 강의, 요리책 등 한국의 중화요리 역사를 다시 썼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인의 소개로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오셨고,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총 4분의 전직 대통령께서 저희 집을 찾아주셨어요.”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향방 대표의 요리에 중독될 정도. 이로 인해 전 전 대통령의 며느리들은 시아버님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이향방 대표에게 직접 중화요리를 배웠다.

대만 인간문화재가 스승, ‘삼선누룽지탕’ 개발해

“외할머니께서 식당을 하셨어요. 그때 면 뽑는 것을 도와드리면 용돈을 주시곤 하셨죠. 그 덕에 중학교 때 면요리는 전부 배웠어요.” 할머니께서 이향방 대표의 떡잎을 알아보신 것일까? 이 대표는 대만에서 요리 인간문화재 후 페이 메이(작고)의 제자가 된다. “대만 대사관에서 선생님께서 오셨을 때 제게 통역을 부탁하셨어요. 그 덕에 제자가 됐고 나중엔 수양어머니로 모셨죠.” 후 페이 메이 선생님께 요리를 전수받은 후 이향방 대표는 대만과 한국 양국에서 중화요리의 일인자가 됐다. 이후 탄생한 것이 바로 ‘삼선 누룽지탕’. 바삭한 누룽지에 소스를 부으면 누룽지에서 고소한 소리가 들리고, 담백한 맛까지 겸비한 오감만족의 요리다.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 꼭 찾아가는 식당

대통령들이 선택한 손맛은 정치계, 재계 등 이곳저곳에 퍼져나갔고, 특히 정치인들이 ‘향원’을 자주 찾았다. “동교동과 연희동이 가까워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정치인분들이 자주 찾아오셨죠. 저희 집에 단골로 들르시던 정치인분들께서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도 되시니까 나중엔 ‘향원을 찾지 않으면 선거에 진다.’는 속설까지 생기더라고요. 정말 선거 전에는 정치인들이 유독 많이 찾아오세요.

대통령 “손잡는 방법도 가지가지”며 놀려

4명의 대통령을 모시는 동안 수많은 사건들 역시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선 정말 신사셨어요. 본인이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이휘호 여사님과 함께 오시면 차에서부터 꼭 손을 잡고 부축을 해서 같이 오시더라고요. 계단을 올라가실 때도 마찬가지고요. 참 멋져 보였어요.”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유머가 넘치는 재치꾼이었다. “저희 집에서 식사를 하시다가 직원의 실수로 오른 손에 스프를 엎질렀어요. 얼마나 뜨거우셨겠어요. 함께 오신 비서관님이 화를 내셨죠. 얼른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손에 대고 눌러드니까 웃으시면서 ‘손을 잡고 싶으면 말을 하지. 손잡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라고 농담을 하시더라고요.”

뉴스방송팀 강대석·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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