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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얼빠진 … ” 정보 책임자들 질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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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얼빠진 짓(screw-up)을 했다”며 정보기관들을 유례 없이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정보들이 충분히 분석되거나 공유되지 않았는데, 이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앞으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 수장들과 백악관 안보팀을 소집해 1시간30분 이상 비공개 회의를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나이지리아 출신 테러범 우마르 파루크 압둘라무탈라브가 300여 명을 태운 여객기를 디트로이트 상공에서 폭파시키려다 승객들의 저지로 실패한 사건을 따지기 위해서였다. 오바마는 “이번 테러 기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용감한 개인들 덕분에 저지됐다”며 “우리는 일을 더 잘해야만 하며, 즉시 (문제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보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해 미래의 테러 공격을 막는 게 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9·11 정보 실패 재연=오바마 대통령이 정보기관들을 강도 높게 질책한 건 9·11 테러 때의 정보 실패가 그대로 재연됐기 때문이다. 미 정보기관들은 9·11 테러 이전에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노린 대규모 테러를 획책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 공화·민주 양당이 참여한 초당적 기구인 미 의회 9·11 테러 진상조사위원회는 “정보기관들의 정보 공유 실패로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9·11 테러가 대재난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 진단을 바탕으로 15개 미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번 여객기 테러 기도는 9·11 이후 도입된 각종 테러 방지 조치가 효과가 없었다는 걸 입증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테러범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의 아버지가 지난해 11월 중순 나이지리아 주재 미 대사관을 찾아 아들의 과격 성향을 경고했음에도 비자를 취소하거나 미국행 여객기 탑승을 막지 못했다. CIA도 예멘에 근거한 알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 조직(AQAP)이 나이지리아인을 동원, 미 본토에 대한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압둘무탈라브와 AQAP 등에 관련된 조각난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 분석했다면 이번 테러 시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오바마의 평가다. 데니스 블레어 DNI 국장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은 만큼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릴 수 있도록 전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예멘 경찰은 6일 수도 사나 인근의 한 병원에서 외국 대사관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알카에다 간부 등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알카에다 공격 위협과 예멘 정부의 열악한 치안 능력을 들어 3일 예멘 주재 미 대사관을 폐쇄했다가 5일 업무를 재개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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