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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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7월 말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의 건물임대업자 주제페 팔랑드라(47)는 시내 한복판에서 괴한들이 난사한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팔랑드라의 저택에서부터 미행한 괴한들은 일부러 복잡한 도심을 선택해 그를 살해했다.

나폴리 일대를 무대로 암약하는 폭력조직 카모라가 요구한 '피조(세금)' 를 거부하자 따끔한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살해한 것이다.

팔랑드라는 올들어 나폴리 지역에서 폭력조직에 의해 암살된 67번째 희생자. 한때 수그러드는 듯했던 이탈리아 마피아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대표적 계보는 네개. 시칠리아섬에서 발원한 마피아가 '원조' 며 나폴리 지역의 카모라, 칼라브리아 지방의 엔드란게타, 푸이아 지방의 사크라 코로나 유니타 등이 다음으로 강하다.

이들은 1992년 5월 자신들을 압박해 오던 지오반니 팔콘 검사와 그의 부인을 0.5t의 폭약으로 폭사시키고 팔콘 검사의 후임자마저 암살하는 등 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마피아의 과도한 폭력은 결국 국민들의 분노를 불렀고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한 대(對)마피아 전쟁을 선포, 93년 한해 동안 1백여명의 마피아 단원을 검거했다.

마피아 대부 중의 대부였던 시칠리아 마피아의 토토 리나도 당시 붙잡혔다.

하지만 조직원의 일부를 검거했을뿐 마피아의 경제기반을 뿌리뽑아 조직 자체를 붕괴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30년째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보스 베르나르도 브로벤자노가 시칠리아 마피아를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카모라 등 다른 조직 역시 세를 확대해 나갔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엔드란게타가 최근 세력을 가장 크게 불렸다.

조직이 강화되자 이들은 다시 복수의 칼을 갈아 최근 2년 동안에만도 의회의 반마피아 위원장인 주제페 루미아에 대해 수차례 테러를 기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마피아 박멸을 외치고 있지만 상당수 정치인이 마피아와 유착해 있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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