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가짜수령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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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羅모(40.광주시 북구 문흥동)씨는 지난해 2월 스포츠용품 회사를 퇴직한 뒤 곧바로 스포츠용품 대리점을 차려 월 3백만~4백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羅씨는 지난해 3월 실업자인 양 서류를 꾸며 7개월 동안 5백67만원의 실업급여를 타 썼다. 이같은 불법행위는 아무도 모르게 넘어갈 뻔했으나 최근 羅씨의 명예훼손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발각됐다. 경찰은 11일 羅씨를 사기 및 사문서 위조혐의로 입건했다.

전북 군산의 섬유업체 K사. 지난 6월 1일 직원 金모(37)씨를 신규 채용한 것처럼 꾸며 6, 7월 두달간 金씨 월급의 절반인 63만원씩 1백26만원의 채용장려금을 탔다가 군산지방노동사무소에 적발돼 두배의 추징금을 물게 됐다.

실업급여와 채용장려금을 불법 수령하는 사람들이 많다.

13일 노동부에 따르면 1996년 50명(2천9백만원)에 불과했던 실업급여 부정 수령자가 지난해 말에는 8천22명(32억5천2백만원)으로 1백60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2천4백40명이 8억2천8백만원을 불법으로 탔다.

기업체 채용장려금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95건(36억여원)의 부정수령 사례가 적발돼 지난해 82건(31억5천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당국에 적발된 건수이므로 실제 부정수령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도는 실업자의 생계보장과 재취업 등을 돕는다는 취지로 정부가 96년 도입한 것. 실업급여는 실직자가 실업인증서와 자구노력 계획서 등을 지방노동청에 내면 1차확인.면담을 거쳐 신청자의 고용보험 가입기간.연령 등에 따라 90~2백10일어치의 수당(전 직장 평균일당의 50% 기준)을 받는다. 실업자를 채용한 업체엔 6개월간 근로자 월평균 임금의 최고 50%를 채용장려금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일선 지방노동청은 실업급여 등을 내준 뒤 수령자가 실업상태인지, 업체가 실제 신규채용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해 부정수령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일손이 달려 현장 방문을 못하는데다 전화조사를 하면 가족이나 업체가 말을 맞추는 바람에 적발이 힘들다" 고 말했다.

실업급여 규정을 몰라 부정수령 사례로 적발돼 수령액 전액 반환은 물론 수령액의 두배가 강제 추징되는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李모(32.서울 중구 신당동)씨는 지난해말 실직한 뒤 올 4월 재취업을 했지만 계속 실업급여를 타다가 4월분 부정 수령액의 두배인 1백여만원의 추징금을 물게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앞으로는 고용보험.국민연금 전산망 등을 모두 가동해 불법 수령자를 색출할 방침" 이라며 "자진 신고하면 강제추징은 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해석.전익진.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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