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단장 유미영씨 남녘 남매 고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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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장인 유미영(柳美英.79)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의 막내딸 崔순애(48.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전화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순애씨는 지난 10일 통일부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만나게 해달라" 고 부탁했고, 이에 대해 정부 담당자는 상부 지시가 나오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순애씨의 아버지는 3공화국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최덕신(崔德新)씨. 이들 부부는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86년 월북했다.

柳씨가 둔 5남매 중 현재 남한에 있는 자녀는 순애씨와 차남 인국(53.서울 송파구 가락동)씨 뿐이다.

순애씨와 달리 인국씨는 상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국씨의 부인 李모(45)씨는 "10여년간 정보기관의 감시에 시달려온 남편은 이번 일로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지난 10일 말없이 집을 나갔다" 고 전했다.

李씨는 또 "남편은 정부 당국의 허락 없이 어머니를 스스로 만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인국씨는 부모가 월북한 뒤 정보기관의 감시로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옮겨다녔다. 현재 그는 막노동일을 하고 부인 李씨가 행상과 파출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언론을 통해서야 오빠가 상봉을 꺼린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순애씨는 "오빠도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후유증을 생각해 망설이고 있는 것" 이라며 "자리가 마련되면 오빠도 어머니를 만날 것" 이라고 말했다.

순애씨는 "89년 돌아가신 아버지를 뵙지 못한 한이 가슴에 맺혀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꼭 만나고 싶다" 며 울음을 삼켰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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