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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구안 발표 18일로 연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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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그룹을 사실상 이끄는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10일 낮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현대는 오후 3시30분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 방북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자회견도 없이 발표문만 돌리는 데 그쳤다.

현대로선 3차 소떼몰이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이지만 세간의 관심이 현대의 자구(自救)계획에 쏠려 있어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기자회견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개성에 서해안공단 조성▶개성지역 관광사업 연내 개시▶북한의 시내외 전화망 설치운영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이날 움직임은 현대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는 9일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 등 계열분리 방안을 이번주 안(11일 예정)에 발표하고▶현대건설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보유주식 매각 등 자구계획▶일부 경영진 경질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단계적으로 발표한다는 '선 계열분리-후 자구노력'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새 경제팀과 교감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이들 4개항을 일괄 제시하는 종합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자 다음 주말께 종합발표를 하기로 하고 자구안의 내용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현대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사실상 정부의 뜻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항을 점점 강도있게 요구하고 있다" 며 "정부와 채권단의 의중을 읽어가며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건설 소유인 충남 서산농장(담수호 포함 4천6백61만평)을 동아건설의 김포 매립지와 마찬가지로 농업기반공사나 토지공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산농장의 조성비에 매립시점까지의 금융비용을 얹은 전체 사업비(6천4백70억원)수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며 "그러나 아직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정부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상태인 동아건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1999년 8월 김포 매립지를 농업기반공사가 6천3백55억원에 매입하도록 한 적이 있다.

현대와 외환은행측은 9일부터 현대건설의 추가 자구계획을 놓고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은 "실무협의에서는 현대건설의 보유주식 매각 등 자구책의 실현 가능성을 중점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현대건설 보유 주식은 ▶현대중공업 6.9%(5백26만주.교환사채 발행)▶고려산업개발 2.82% 등 2천8백51억원 상당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현대상선 주식(23.86%)도 매각할 것을 현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의 계열분리를 늦춰온 걸림돌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지분 9.1%(2천4백억원 상당)는 현대가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매각을 약속한 뒤 순차적으로 팔거나▶매각하지 않고 채권단에 위임▶공정거래법 상 3% 한도를 6.1%를 채권단에 위임하고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각서를 함께 제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 문제는 현대측이 먼저 당초 예정했던 2003년보다 2년 이른 2001년을 제시해 외환은행에서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래.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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