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 대화에 적극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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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어제 '의약분업 관련 보건의료 발전대책' 을 내놓았다. 의료계의 전면폐업을 막기 위한 이 대책엔 의료계가 그동안 줄곧 요구해 온 사항들이 적지 않다.

의료계는 이마저 거부할 경우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이기집단으로 비춰질 수 있고, 의료체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보험수가를 다음달부터 6.5% 올리기로 했다. 내후년까지 현재 의료원가의 80%선인 의료보험수가를 1백% 현실화할 방침이다.

약사법 하위 법령도 손질하기로 했다.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과 달리 약을 지어 주었을 때는 환자로부터 서명확인을 받고 의사에게 팩시밀리.e-메일 등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이밖에 의대 정원감축,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 등도 제시했다. 의료계에 대화의 손짓을 한 셈이다.

의료계는 집단폐업을 즉각 풀고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것을 거듭 촉구한다. 물론 정부대책이 의료계의 요구 수준에 1백% 못미친다는 점은 안다.

그러나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고 해결하려 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미진한 부분을 차차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극한투쟁에 국민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잘 알지 않는가. 더 이상 국민을 적으로 돌려선 안된다. 의료계는 약계.정부와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순리적으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의료 파행을 계기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보건의료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현행 의료보험제도는 영국식과 미국식의 중간지점에서 다소 영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기왕 의료계 일각에서 사보험(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한 만큼 이것도 대안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

사회복지 차원의 기본적인 진료는 국가가 책임지고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되, 더 양질의 진료를 바라는 소비자 욕구도 충족시킬 출구를 열어 놓아야 한다고 본다.

의료보험제도에 시장원리를 접목해 돈을 더 많이 내더라도 질 높은 진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제도 안에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다만 우리 국민의 평등의식이 유달리 강한 만큼 '사회적 위화감' 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큰 과제다.

정부는 또 상당수 국민의 감정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보험료를 더 내야 하니 '봉급 생활자만 봉' 이라는 불평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불식하는 방안의 하나로 지역의보의 정확한 과세대상 포착과 의료계 과세의 공평성.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강경대처해 온 정부가 대화의 길을 먼저 튼 만큼 의사들은 이에 적극 응해야 한다. 우선 집단폐업을 풀고 대화에 나서 국민건강과 의료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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