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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어 가득한 강원도 홍천 내면계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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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폭염이 매미처럼 노래할 때 심심산천의 계곡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작은 돌과 바위를 헤살거리는 계류가 영롱하고 수영, 천렵,래프팅, 물장구, 가재잡기, 매운탕 끓이기 등. 이번 여름에도 계곡엔 기쁨이 흐르고 꼬마들은 고사리 손에 물을 담으며 재재거린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여가를 즐기는 곳에서 정작 계곡의 '식구' 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1.열목어를 보는 즐거움

강원도 홍천군 내면 계곡은 무주구천동을 열개 쯤 모아놓은 곳이다. 오대산.계방산.응복산 깊은 골짜기에서 내린 시리도록 찬 물이 계방천.자운천.조항천.내린천으로 합치고 혹은 갈라지며 여울과 폭포.소(沼)등을 이뤘다. 산이 깊고 물이 찬 이곳 '식구' 가운데 열목어(천연기념물 73, 74호)가 있다.

열목어는 힘이 장사이다. 이른 봄 눈녹은 폭포를 두 자는 넘어 보이는 열목어 떼가 요란스레 솟구쳐 오르는 풍경은 장관이다. 열목어는 한 여름에도 차가운 물 속을 힘차게 헤집고 다닌다.

열목어 뿐아니라 금강모치.꺽지.쉬리.참종개.갈겨니 등 크고 작은 민물고기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은 귀하디 귀한 보석처럼 내면의 계곡들을 빛나게 한다.

심심산천이라 하나 요즘엔 래프팅 보트 안 떠다니는 곳이 없고 휴가객들의 발길이 잦다. 그러나 이들이 계곡 언저리에서 즐길 때 수면 아래에서는 '진짜 계곡' 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 #2.민물고기를 만나는 사람들

월간 '수중세계' 는 8월19일 홍천군 내면 직소폭포로 '환경지킴이 꿈나무들을 위한 민물고기 관찰캠프' (1박2일.6만원)를 떠난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생이 대상이며 수면 아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다. 물속에 들어간다고 하나 거추장스런 스쿠버 장비까지는 필요 없다.

계곡 수심이 2~3m에 불과해 간편한 스노클링 장비(오리발.물안경.숨대롱)와 표면 유영만으로도 민물 세계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현지 출발 전 서울 올림픽공원 잠수풀에서 짧은 스노클링 강습을 마치고 현지에 도착하면 입수전 민물고기에 관한 슬라이드를 상영한다.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계곡을 보는 어린이들의 '눈' 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캠프와 상관 없이 민물고기와 친한 어린이들도 있다. 경기도 평내에 사는 원세연(14.여)어린이는 배가사리.모래무지.버들치.퉁가리 등을 익숙하게 구별한다.

아버지인 원종구(42.중앙일보 평내센터 사장)씨와 어릴 적부터 천렵을 다녀 이제는 매운탕 민물고기 가운데 어느 것이 보호어종인 줄 알 정도다.

*** #3.최기철박사의 '박사론'

한국의 여가문화는 자연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며 한국 담수생물학의 개척자인 최기철 박사는 "천렵하는 사람중 민물고기 열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존경하겠다.

스무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박사학위라도 주겠다" 고 개탄한 바 있다.

물장구 치고 래프팅을 만끽하는 외에 기왕 강과 계곡을 찾았다면 피라미 한 마리라도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감성적이고 질적인 휴가 아닐까.

*** #4.계곡에서 '그들' 을 이해하기

일단 휴가 떠나기 전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스노클링 세트(동네 문방구에서 한 세트에 2만~3만원 정도)를 구입하자. 잠수 강습을 받으면 더 좋지만 잠수 기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급 레저' 인 환경에 대한 관심과 흥미이다.

생물도감이나 민물고기 도감 등에서 아이들에게 미리 고기 형태를 숙지시키거나 아예 사진 코팅을 해서 물속에서 대조할 수 있게 하면 효과적이다.

어항과 반두(〓촉대)를 미리 준비하는데 포획 후 관찰만 하고 다시 놔주면 백마디 말보다 더 교육적이다.

홍천 내면 뿐아니라 당골계곡(강원 태백시).선암계곡(충북 단양군).동리산 태안사 계곡(전남 곡성).대야산 용추계곡(경북 문경).청암계곡(경남 하동군) 등도 상류로 올라가면 풍광 좋고 어종이 풍부하다.

문의 수중세계 02-547-3267, 홍천 다이버스 스쿨 033-434-7717.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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