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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향 16일 '말러 4번'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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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종소리로 시작하고 끝나는 장엄한 교향곡'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맑고 경쾌하며 짧은 음악'

'9곡에 이르는 그의 교향곡 중 말러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작품'

'4악장에서 소프라노 독창이 등장해 어린이처럼 맑고 순수한 마음을 노래하는 교향곡' ….

'휴일 작곡가' 로 불리는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가 꼭 1백년 전인 1900년 여름 휴가 동안 알프스 별장에서 완성한 '교향곡 제4번 G장조' 를 가리키는 말이다.

말러는 맑은 호수와 맞닿아 있는 푸른 하늘에서 순진무구한 어린이가 그리는 평온하고 신비한 천국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천진난만함, 그것은 곧 말러의 심성이다. 말러의 작품에 짙게 드리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세기말적 불안감이 2악장에서 잠시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밝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악기편성에서도 장중한 울림을 내는 트럼본이 생략돼 있어 묵직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당시 말러는 화가의 딸 알마 쉰들러와 결혼을 1년 앞두고 열애 중이어서 전 악장에 걸쳐 달콤한 선율들이 넘쳐 흐른다.

말러의 교향곡 중에선 가장 짧다고 하지만 연주시간은 약 50분으로 결코 짧은 교향곡이 아니다.

이 작품의 1~3악장은 원래 1892년 2월 피아노 반주에 의한 가곡으로 작곡했던 것. 어머니가 음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굶어 죽은 어린이가 가난.병마.기근이 없는 천상의 세계에서 보고 느끼는 절대적 평온을 표현한 작품이다.

'평화롭게' 라는 악상기호가 붙어 있는 3악장은 속세에 대한 고별. E장조는 천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조성이다.

또 소프라노 독창이 등장하는 4악장은 1800년 클레멘스 브렌타노 등이 엮은 독일 민요시집 '이상한 뿔피리 소년' 에서 가사를 따온 '천상의 삶' 이다.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 는 말러의 교향곡 제2번 스케르초 악장, 교향곡 제3번의 5악장에도 영감을 제공했다. 그래서 교향곡 제2~4번에는 여성 독창자가 출연한다.

1901년 11월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가 뮌헨에서 카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 청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작곡자는 이듬해 1월 뉴욕필하모닉을 지휘한 후 마지막으로 수정판을 내놓았다.

임헌정 지휘의 부천시향이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지난해부터 2002년까지 4년에 걸쳐 완성할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의 세번째 무대. 스위스 태생의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빈국립음대 교수.64)가 독창자로 나선다.

단순 명쾌하며 절제된 발성이 돋보이는 그는 영화 '쇼생크 탈출' 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2중창에 흐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마티스는 모차르트의 '엑술타테 유빌라테(춤추고 기뻐하라)' 를 함께 들려준다. 오후 6시30분부터 4악장을 해설을 곁들여 연주하는 프리콘서트 이벤트도 열린다.

02-580-1300.

◇ 추천음반〓▶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베를린필하모닉.에디트 마티스(DG)▶주제페 시노폴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디타 그루베로바(DG).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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