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캄보디아 동심살린 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약속을 지켜주신 한국의 의사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3일 전북 익산 원광대의료원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고 깨어난 캄보디아 어린이 양 메이(7)의 어머니 소우엥(34)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 8시30분 부터 흉부외과 최종범(崔鍾範.49)교수의 집도로 무려 5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메이도 희미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앞으로 열흘 정도 회복 상태를 점검받은 뒤 오는 15일께 캄보디아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수술 비용 5천여만원은 원광대와 원불교 은혜심기운동본부가 부담했다.

메이에게 무료수술의 행운이 찾아온 것은 지난 6월. 1997년 9월 캄보디아로 의료 자원봉사를 가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동료 6명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원광대의료원 의사 오만택(吳萬澤.37.소아과)씨 등 의료진 5명이 프놈펜시에서 5일 동안 의료봉사를 벌이던 중 그녀를 만났다.

캄보디아 국립소아병원에 입원 중이던 메이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숨을 할딱이는 중증환자였다.

하지만 가족들은 수술비가 없어 손도 못쓰고 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같은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자원봉사단은 메이에게 한국에서 무료 수술을 해주겠다고 했고, 한달여 만에 약속을 지킨 것이다.

吳씨는 메이의 손을 잡으며 "3년 전 숨진 동료들에게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은 갚은 것 같은 느낌" 이라고 말했다.

원광대는 앞으로도 캄보디아 어린이 1~2명을 더 초청해 심장병 수술을 해 줄 계획이다.

익산=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