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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 회담 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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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장관급회담이 마무리된 31일 오전. 남북 대표단 기념촬영에 앞서 북측 수행원들이 전금진(全今鎭) 단장의 넥타이 매무새를 정성껏 고쳐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카메라 렌즈로 상징되는 '열린 세계' 에 대한 북측의 최근 태도와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를 압축해준 장면이었다.

신라호텔을 나서던 남측 관계자들도 "그렇게 애를 먹이던 전금진 단장이 정말 달라졌더라" 고 귀띔했다.

회담에서 남북은 경의선 복원, 연락사무소 재가동, 장관급회담 정례화 등의 가시적 조치에 합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러나 "회담의 최대 성과는 바로 6.15 공동선언의 위력과 북측의 실천의지를 확인한 것" 이라며 "곡절은 있겠지만 후속조치가 순조로울 것" 이라고 예고했다.

◇ 6개항 합의 어떤 뜻 담겼나=경의선 복원은 지리적인 혈맥 잇기를, 판문점 연락사무소 재가동은 남북의 상시적인 화해교류 채널을 살렸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백미(白眉)로 꼽혔다.

회담관계자는 "경의선 복원은 남~북~시베리아~유럽?철도 연결을 통해 한반도를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로 본격적인 남북경협 돌입을 예고한다" 고 했다.

8.15 남북 화해주간 행사를 여는 대목과 관련, 남측은 '남북이 각기 행사를 진행한다' 는 어구를 삽입해 "북측 의도에 말려드는 행사가 아니냐" 는 일각의 논란를 불식하려 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대상을 조총련계 재일동포에게로 넓힌 대목은 북측이 적극 제안해 성사됐다. 정례화된 장관급회담이 공동선언의 중심적 협의체로 위상을 굳힌 대목도 점수를 받았다.

◇ 아쉬운 대목들=당초 남측이 기대했던 군사 핫라인 설치, 군사공동위 가동 등 긴장완화 조치는 차기로 미뤄지게 됐다.

한 당국자는 "군사분야는 사실상 북한측이 수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에 해당한다" 며 실천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남측은 북측과의 철야 입씨름 끝에 '장관급회담이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대화가 되도록 한다' 고 '평화' 를 명기하는 데 성공, 차기 회담에서 군사분야 논의의 물꼬를 터놓았다.

경협, 사회.문화교류, 체육, 보건.환경분야의 위원회 구성 등 후속회담 체계도 이번에는 입장타진에 그쳐 추후 합의를 해야 할 대목. '적절한 시기' 라는 원론적 재확인에 그쳤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은 2~3차례 회담이 진행돼 가면서 구체적 시점이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오락가락했던 일정조율과 회담 당일에도 북측대표단의 인적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한 남북 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회담준비는 화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남북 수석대표는 "못다 한 것은 다음 다음에" (박재규), "출발이 좋은 여세를 몰고 가 공동선언이 이행될 때까지 힘을 합치자" (전금진)고 다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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