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정인보 '금강산에서 비룡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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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하늘단 저 높은 산 흙 하나가 없단 말이

은하수 씻어내려 길 아닌 길 만드시니

돌마저 희었었던들 바란다나 하리요

첫 층에 부서진 물 내려 칭칭 몇번이고

눈이다 비일러니 안개 도로 실구름이

어느덧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하더라

안산은 아늑하다 밖산이야 장할씨고

검푸른 열 길 백 길 태를 감히 묻자오리

물 한 줄 간드러지니 온데 몰라 하노라

- 정인보(1893~?) '금강산에서 비룡폭'

저 고려나 조선조의 시인들 발 만 아니라 개화기의 시인 작가들은 다투어 금강산을 찾았고 발길이 닿고 눈이 닿는 곳 마다 신운(神韻)을 얻어 시를 바쳤었다.

위당(爲堂)정인보(鄭寅普)는 한학자이자 독립운동가며 신시조의 찬란한 개벽을 이룬 시조시인이다.

7월의 문화인물로 그 문학과 사상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때를 맞아 금강산 곳곳을 시조로 남긴 절창 가운데서 비룡폭(飛龍瀑) 한 편을 다시 새겨 읽는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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