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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원 "기념관 건립 같은 당서 훼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화가 났다.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서울 상암동에 짓기로 한 정부 결정에 대해 당 일각에서 경북 구미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27일 朴부총재는 "말도 안된다. 당에서 너무 이쪽 저쪽 눈치를 본다" 고 섭섭해했다.

이 문제는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제기했다. 지난 21일 "朴전대통령은 유신독재의 장본인인데 정부가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은 정신나간 짓" 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립 취소를 묻는 질의서까지 보냈다.

그후 일부 시민단체까지 가세했고, 26일 YS는 고건(高建)서울시장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서울에 세우는 것은 절대 안된다. 가만있지 않겠다" 고 말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도 동조했다. 김성조(金晟祚.구미)의원 등 의원 24명이 "역사적 의의를 살리려면 朴전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 세워야 한다" 는 국회결의안 발의를 위해 서명했다.

26일엔 주진우(朱鎭旴.고령-성주)총재비서실장까지 "구미가 좋겠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朴부총재는 "그간 (기념사업에 대해)관심을 표명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느닷없이 구미로 옮기자고 하는데, 기념사업을 돕는 게 아니라 훼방놓는 것" 이라고 쏘아붙였다. 朴부총재는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울 건립을 건의해왔다.

이회창 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는 DJ의 '역사와의 화해' 문제, YS의 반발, 대중동원력이 있는 朴부총재와의 관계설정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이 문제를 순수하게 접근해야지, 당 지도부가 YS와의 관계 등 차기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고려를 하면 안된다" 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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